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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몸값 '金' 못지 않네…AI·신재생이 역대급 '은·동' 랠리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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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된 실버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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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귀금속이나 화폐 재료보다는 비싼 '산업용' 원자재가 됐다. 최근 수년래 최고치까지 가격이 치솟은 은(銀)과 동(銅·구리) 이야기다. 몸값으로 보면 귀금속의 상징이자 안전 자산인 금(金) 못지않은 상승세다. 이러한 은·동 시세 랠리 뒤엔 인공지능(AI)·신재생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으로의 글로벌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선물(3개월 만기) 가격은 전일 대비 1.7% 오른 t당 1만135.5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4월 이후 2년 만에 종가 '1만 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연초 8400달러 수준이던 구리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양상이다.

은 시세도 심상찮다. 지난달 12일 런던금시장협회(LBMA)의 은 현물 가격은 1트로이온스(약 31g)당 29.03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28달러대까지 올랐던 2021년 5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0일 기준 26.66달러로 다소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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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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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둘의 가격은 니켈·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와 비교해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인다. 이처럼 빠른 시세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 등을 상징하지만, 근본적으론 미래 첨단산업이 대두한 걸 보여준다.

구리는 최근 중요성이 커진 전력·신재생 설비에 전방위로 활용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 처리 용량 확보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증설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구리 전선이 대규모로 들어간다.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 등에도 구리가 없어선 안 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열풍과 맞물린 재고 감소세가 가시화하면 구리 가격이 t당 1만 달러를 상회하는 강세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확대되는 풍력 발전용 터빈, 전기차(배터리 포함) 등에도 쓰인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 업체 트라피구라는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100만t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 압박과 달리 파나마 광산 폐쇄, 중국 제련소 감산 등으로 공급은 흔들리는 형국이다.

전도성이 좋은 은 역시 태양전지 재료로 활용되는 등 태양광 패널엔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세계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장신구용 은 수요는 전년 대비 13% 줄었지만, 태양광 관련 은 수요는 64% 급증했다. 태양광 수요는 올해도 20%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은은 반도체 등 여타 첨단산업에도 투입된다. 갈수록 전통적인 귀금속보다는 산업적 역할이 강조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RBC캐피탈마켓은 "태양광 수요 증가 등으로 은 공급 부족이 점차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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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칠레의 제련소에서 구리 용융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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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AI 보급, 청정에너지 확대에 열중하면서 향후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전력망 부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고려한 송전망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30일 장관 회의를 통해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데 합의했다. 빅테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날 인도네시아 내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에 4년간 1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식이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은의 산업용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하면 금보다 투자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까지 구리 가격이 65%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첨단산업과 밀접한 한국도 은과 구리 가격 움직임에 자유로울 수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요 압박이 불가피하다. 시세가 계속 오르면 전기차 등 원가 부담도 커지게 된다. 반면 국내 구리 가공, 전선 제조 업체 등엔 호재가 될 수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국내 은·구리 수요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라면서 "둘을 사실상 전량 수입하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 해외 자원개발 확대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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