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국민 눈높이’ 명분
하반기 심사 기준 개편 추진
정치 중립성 논란 이어질 듯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30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및 기억 계승 방안을 공개했다.
독립유공자 공적을 재평가하는 방안이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무장·외교·교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독립운동을 균형감 있게 평가해 국민 갈등 요소를 해소하고 빈틈없는 예우를 실현하는 취지라고 보훈부는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독립유공자 재평가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돼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이 과소평가됐다는 지적, 문재인 정부에서 손혜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친이 유공자에 포함된 데 정부·여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훈부는 지난해 7월 산하 공적심사위원회를 2심제에서 사실상 3심제로 확대해 부실심사 논란을 없애고 심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 등 그동안 공적심사에서 비중 있게 검토되지 못했던 영역을 재조명하고 ‘가짜 유공자’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식에서 “저는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사학계·법조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난해 3월 출범한 ‘독립운동 훈격 국민공감위원회’는 공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난 1월 보훈부에 제시했다. 보훈부는 오는 6월까지 학계 전문가들의 연구를 거쳐 올해 하반기 공적심사위의 공적심사 기준을 개편하고 독립유공자 재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공자 서훈 등급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유관순 열사의 경우 정부가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을 추서했는데 과소평가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2019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을 추가로 추서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내년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후대의 재평가가 필요한 유공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본다는 의미에서 공적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훈부가 유공자들의 공적을 재평가하더라도 이미 수여된 서훈의 격상 또는 격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현행법상 동일한 공적에 대해서는 중복 서훈이 불가능하고 서훈 변경에 관한 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공적은 이미 1962년 독립장으로 결정된 것이고, 2019년 정부는 열사가 “전 국민에게 독립정신을 일깨웠다”는 사후 공적을 근거로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이 때문에 보훈부의 공적 재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권에서 상훈법을 개정하는 방식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정성’과 ‘국민 눈높이’를 기치로 내걸고 공적 재심사에 착수하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객관성 논란을 불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대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여를 지나치게 부각한 나머지 독재·한강철교 폭파 등 과오는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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