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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다시 킹달러 新생존전략···전 세계 골병드는데 美 나 홀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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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를 넘어 킹달러가 됐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7% 넘게 떨어졌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과 2009년보다 높은 하락폭이다. 외환위기가 불거지기 시작한 1997년 1~4월과 비교해봐도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중동 위기 고조,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에 따른 달러 초강세 현상 때문이다. 전 세계 통화가 모두 겪는 상황이지만 유독 원화가 더 많이 떨어지고 더 출렁거린다. 미국 26개 주요 교역국 가운데 원화 가치 하락폭은 칠레, 일본, 스웨덴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크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뜻밖의 ‘킹달러’ 기조에 한국 경제 고민이 깊어졌다. 달러 약세를 염두에 두고 재테크 전략을 수립했던 투자자는 부랴부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韓 성장 꺾이자 1300원 뉴노멀 됐나


“미국만 나 홀로 호황이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미국 경제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불경기에 접어들더라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건전한 상태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제이미 다이먼 CEO의 발언은 지난 2년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며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된다. 투자 거물이 인정할 만큼 강력한 미국 경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한편, 달러를 한없이 강하게 만들었다. 믿을 만한 투자처는 미국 달러밖에 없다는 인식을 전 세계에 심어줬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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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美 경제성장 2.7% 전망

韓 1분기 1.3% 성장했지만 美 아래

고금리와 고물가, 전쟁 장기화로 대부분 국가가 골병이 든 가운데, 미국만 호황인 수치들이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16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0.6%포인트 상향했다. 반면 유로 지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에 불과하다. 일본(0.9%), 프랑스(0.7%), 독일(0.2%)은 물론, 한국(2.3%)보다 높다. 한국이 1분기 1.3% 성장하며 청신호를 보였지만, 주요 선진국 가운데 올해 미국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없다.

고금리 속에도 미국 경제가 탄탄해진 이유는 생산성 향상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4분기 미국 비(非)농업 부문 노동 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노동 생산성은 3분기 연속 상승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87.6달러로 한국의 49.4달러에 비해 크게 높았다. 38개 회원국 평균인 64.7달러보다도 높다.

생산성은 똑같은 자원을 투입해 얼마나 좋은 결과물을 얻었는가를 나타낸다. 미국은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기술 혁신과 똑똑한 이민자 유입 등으로 생산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강한 경제성장은 탄탄한(robust) 생산성 향상과 노동 공급 증가, 강력한 수요 압력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노동 시장 개선 역시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지난 3월 실업률은 3.8%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미국은 2년째 4% 미만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50년 동안 가장 긴 기간이다. 한마디로 유례없는 노동 시장 호황이다.

문제는 ‘킹달러’를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처지다. 지난 4월 16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미국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2022년) 등 네 번밖에 없었다. 최근 환율 역시 1375~1385원대를 넘나들며 1300원대 환율은 일상이 됐다.

외환 전문가들은 1300원대 환율을 이제 새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종가가 1200원대를 기록한 마지막 날은 지난해 12월 28일(1288원)이다.

1100원대를 기록한 시기는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막 1100원대는 2년여 전인 2022년 2월 23일(1193.6원)이다. 그해 하반기 1300~1400원대로 급격히 치솟은 환율은 1200원대 후반으로 몇 번 내려가기도 했으나, 주로 1300원대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환율이 움직이는 범위가 1000~1200원에서, 1100~1400원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시작된 2022년 하반기가 한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역전된 시점이라는 데 주목한다. 한국의 2022년 1·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7·0.8%로 미국(-2·-0.6%)보다 높았다. 그해 3분기 한국은 0.2%를, 미국은 2.7% 성장률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한국이 분기 역성장(-0.3%)을 기록하며 미국(2.6%)과의 경제성장률 차이가 더 벌어졌다.

2023년 역시 한국이 미국을 앞서지 못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3분기 4.9% 성장률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같은 기간 한국 성장률(0.6%)은 0%대에 그쳤다. 류진이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강세는 성장이 약한 쪽에서 강한 쪽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며 “2022년 이후 나타난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상승을 설명해주는 가장 대표적 요인이 미국의 성장률 강도가 우위에 선 것”이라고 했다. 적자 구조로 고착한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이 역시 2022년 하반기가 기점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2022년 5월 무려 28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그해 9월과 올해 2월 두 차례를 제외하고 지난 3월까지 내내 ‘적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대중 수출의 활력이 떨어지며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310억달러)은 대중 수출액(309억달러)을 21년 만에 앞지르기도 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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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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