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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선구제 후회수 방안, 실현 가능성 낮아…추가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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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30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역할' 세미나 개최

보증금 반환채권 평가 기준 모호·公기관 재정 건전성 우려

아주경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트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김슬기 기자 ksg4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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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먼저 매입한 뒤 보상하고 공·경매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 회수' 방안이 채권 매입 절차의 복잡함 등을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오는 5월 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채권 매입 주체가 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법안 통과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HUG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트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세미나를 열어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선구제 후회수는 공공기관이 먼저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한 뒤 채권에 대한 공정한 가치를 평가해 대금을 산정한 뒤 매매대금을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이후 채권을 매입한 기관이 채권매매대금 회수를 통해 재원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채권 매입을 위한 가치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채권을 매입하는 절차가 복잡해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행정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공정가치 평가와 관련해서 예상 낙찰가율 산정 곤란, 선순위 채권금액 산정 곤란, 기타 회수예상액 산정 곤란,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공정가치 평가결과 수용 여부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고 했다.

최 팀장은 "경매 낙찰가율을 검토해봤는데 주택 유형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고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심하게는 30~40% 차이가 난다"며 "지역별, 용도별, 상황별 다른 낙찰가율 중에서 어떤 낙찰가율로 정할 것이냐. 상당히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이 업무를 하다보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할 때 들어가는 매입 비용 외에 공사에서 운영비용과 부대비용이 발생한다"며 "법안 내용이 불명확하고 어느 범위만큼 이 업무를 해야하는 지도 왔다갔다하는 부분이 있어서 최소 10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는 공사에서 지출해야 할 금액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택도시기금으로 채권 매입 비용을 충당하도록 개정안에 명시돼 있다는 점도 공공기관으로서는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 과장은 "기금은 청약 통장으로 조성된 잠깐 빌린 돈"이라며 "이것을 피해자를 위해 소모성으로 써도 되는가,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돌려줘야할 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 분들에게 드리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재정 건전성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지난 2021년 말 49조원으로 집계됐으나 올해 3월 말 잔액이 12조9000억원에 그쳤다.

소요 재원도 불명확하다. 국토부 등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에 소요되는 재원을 3조~4조원 정도로 추산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5000억원으로 추산해 그 간극이 크다. 이 과장은 "숫자라는 게 사실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라며 "5000억원이냐 4조원이냐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된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생길 문제를 고려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시실장은 "선구제 후회수 개정안에 담겨있는 여러가지 조치 사항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가 되고 준비가 되고 향후 법이 통과됐을 때 문제없이 작동되고 시행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됐으면 가장 좋았을 텐데 그 논의 과정 자체가 충분치 못했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다"고 우려했다.

아주경제=김슬기 기자 ksg4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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