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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킹달러에 숨죽인 세계 통화…40년 만에 ‘제2 플라자합의’ 전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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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6년께 제2 플라자 합의가 추진될 수 있다는 국제경제정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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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달러 초강세가 지속 중인 가운데 2026년께 ‘제2 플라자 합의’가 추진될 수 있다는 국제경제정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지난 29일 한때 160엔을 넘어서는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1985년 당시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이 모여 엔화와 마르크화의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상을 유도했던 조처가 40여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담 포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비영리 민간연구기관) 소장은 3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옛 전경련)가 여의도 한경협 에프케이아이(FKI) 타워에서 연 ‘요동치는 세계 경제, 긴급진단’ 토론회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화상 온라인)해 “내년에 미국의 통화 긴축 사이클이 재개돼 달러화에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재정적자 증가는 2026년에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주요 5개국 재무장관이 미국 플라자호텔에 모여 벌인 환율조정 조처다. 당시 미 달러 가치 강세로 막대한 재정·무역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일본 등 4개국에 자국 통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해 이를 관철했다. 이런 합의가 재추진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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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솟는 달러 위세에 하락세가 두드러진 주요국 통화는 일본 엔화다. 엔화 가치는 전날 장중 한때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엔화가 달러당 160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뉴욕타임즈(NYT)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화가 10% 떨어지면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페소화(7.7%), 한국 원화(6.5%), 브라질 헤알화(5.5%) 등의 순이었다. 이 매체는 달러 강세가 이례적으로 광범위해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대부분의 나라가 인플레이션 위기에 몰리게 된다. 같은 물건을 들여오더라도 자국 통화가치 약세에 따라 수입물가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달러 차입(달러 표시 외화부채)이 많은 신흥국일수록 달러 강세와 미국 고금리 지속은 부채 상환을 어렵게 해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외환위기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으로서도 1985년 당시 상황이 보여준 것처럼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수입이 늘고 대외 수출이 줄면서 무역 적자가 커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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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포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이 3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주최로 열린 ‘요동치는 세계경제, 긴급 진단 세미나’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경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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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센 소장은 미국 정책금리가 올해 인하되지 않거나 한 차례 인하하는 데 그치고 내년에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중립 금리(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금리 수준)가 오르고 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경제가 마주한 위험 요인으로 ‘강 달러’와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을 꼽았다. 그는 “이스라엘·이란 확전 우려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 달러 강세가 심화했다”며 “(불투명한) ‘미 금리 인하 시점’이 다시 강달러를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는 “1분기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호조로 견조한 성장을 보였지만, 중동 지역 갈등, 미 대선 본격화 등에 따른 국제정세 변화로 확실한 경기 반등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위험 요인에 대한 장·단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강태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해 유가 급등에 대응하고 금융시장 불안을 안정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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