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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CSIS "韓전문가 34% 핵무장 지지…트럼프 당선시 '찬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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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 중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비율은 34%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핵무장에 찬성한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고 주한미군 철수 등의 논의된다면 전문가 사이에서도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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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600mm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들을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체계 안에서 운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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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찬성…전문가 34% vs 국민 73%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한국의 핵무장 옵션’ 보고서에서 한국 내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 의견이 34%, 반대 의견은 54%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의견을 보류한 비율은 1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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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는 29일(현지시간) 한국의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자체 핵무장'에 대한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C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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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지난 1월 15일부터 3월 17일까지 한국의 교수 및 싱크탱크 관계자, 전·현직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 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68%는 스스로를 보수로 규정했고, 22%는 중도, 10%는 진보라고 밝혔다. 핵무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보수와 진보 성향 비율이 각각 36%로 나타났고, 중도라고 밝힌 비율은 28%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반적인 국민 여론과 차이를 보인다.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2월 10일까지 성인 1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2.8%에 달했다. 자체 핵무장에 찬성한 응답자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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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함 김군옥영웅함 앞에 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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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이유는 ‘글로벌 제재’



핵 보유에 반대한 전문가 중 43%가 자체 핵무장에 따른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적 제재 및 국제 규범 이반에 따른 지위 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또 26%는 자체 핵무장이 한·미 동맹을 손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이날 “(한국의 전문가들은)한국이 글로벌 시스템에서 획득한 지위와 명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동시에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미국이 약속한) 확장억제를 일반 국민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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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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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석좌는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핵보유를 택할 것으로 보지 않지만,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한국에 확장 억제를 확신하도록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워싱턴 선언의 성과를 비롯해 지난 2년간 얻은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의 전문가층에서도 미국의 안보에 대한 불신을 뜻하는 ‘디커플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사를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집권 시 핵무장론 확대”



실제 이번 조사에서 국내 전문가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철수 등을 포함한 ‘미국 우선주의’ 기류가 강화될 경우 한국에서의 핵무장 여론이 급격하게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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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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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보유를 찬성한 응답자 가운데 90%가 트럼프 재집권 시 핵무장에 대한 지지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도 83%가 핵무장 찬성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도 예상했다. 핵무장 반대론자들 역시 51%가 이러한 자체 핵 보유에 대한 찬성 의견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예상되는 엘브라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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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는 29일(현지시간) 한국의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자체 핵무장'에 대한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C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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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사실상 ‘핵 포기’…“핵무장은 비현실적”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특히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워싱턴선언을 통해 합의한 ‘일체형 확장억제’를 목표로 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핵우산 제공 합의에 대해서도 “미국은 (핵우산 강화)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보복 위협에 노출되면서까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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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유력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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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NCG 신설 등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대가로 선언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미 원자력협정 준수”를 약속하는 내용을 담는 데 합의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재처리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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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녹화를 마친 뒤 박장범 KBS 앵커에게 국무회의실 앞 전실에 전시된 이승만 대통령부터 전임 문재인 대통령까지 12점의 역대 대통령 초상화를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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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와의 대담에서도 “핵무장론은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라며 “우리가 지금 핵을 개발한다고 하면 아마 북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경제는 아마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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