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수원고법 전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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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연인을 살해한 20대가 미국 정치인이자 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인용하며 2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심된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중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2부는 A씨의 살인 및 시체유기, 절도 등 혐의 사건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과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0일 오후 10시 47분부터 자정 사이 경기도 화성시 한 도로 위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연인이던 B양(당시 18세)과 말다툼한 뒤 B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직후 B양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계좌로 10만원을 송금하는 등 절도 범행도 저질렀으며, 이후 B양의 시신을 수원시 한 등산로 인근 샛길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후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낸 뒤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웠으나, 지인들에 의해 구조됐다.
1심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와 다투던 중 살해한 점, 이후 피해자 휴대폰을 이용해 피해자 언니와 문자메시지 주고받거나 피해자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해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은 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원심 선고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인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차례 반성문에서 '분노와 어리석은 행동은 나란히 길을 걷는다. 그리고 후회가 그들의 발굽을 문다'는 문구를 쓰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A씨의 유리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특정할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은 불상의 약을 이 사건 전에 먹어 살인 및 시체유기 전후의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누구로부터 어떤 약을 받은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진술은 경험칙 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살인 범행 직후 지인과 마사지업소 예약과 출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자를 주고받았다"며 "진정 범행 당시 기억이 없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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