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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미 영화계 ‘미투 촉발’ 와인스타인 유죄 판결 뒤집은 뉴욕주 대법원…피해자들 “범죄자에 치우친 결정”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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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징역 23년형 받고 복역 중

애슐리 저드 “생존자들에 불공평”

반대 의견 판사 “성착취 남성 혜택”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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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사진)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피해를 폭로한 배우들은 범죄자에게 치우친 판결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뉴욕주 대법원 판사들은 25일(현지시간) 4 대 3으로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하급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하급심 재판에서 검찰이 와인스타인의 기소 혐의와 관련없는 여성들의 법정 증언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 여성 3명을 증인으로 내세웠는데, 이들이 증언한 피해 사실을 기소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와인스타인 측은 1심 재판에서 이를 문제 삼으며 검찰이 배심원단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은 검찰이 하급심에서 기소장에 적시된 와인스타인의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증언하게 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와인스타인은 뉴욕주에서 새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여배우 지망생과 TV 프로그램 제작사 보조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와인스타인은 2020년 뉴욕주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았다. 와인스타인은 뉴욕주 항소법원도 2022년 1심 판결을 유지해 현재 수감된 상태다.

이번 결정에 할리우드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와인스타인의 성폭행을 처음 폭로한 배우 애슐리 저드는 “이는 생존자(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진실 속에 살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와인스타인 고발에 초반부터 함께한 배우 로재나 아켓은 “법원이 판결을 뒤집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생존자로서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오스카상 수상 배우인 미라 소르비노는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에게 치우친 사법체계가 끔찍하고 역겹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판사 중 한 명인 매들린 싱가스는 “법원이 향후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여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을 자신의 권력으로 성착취하는 남성들은 오늘 결정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변호인 린지 골드브럼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나서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와인스타인이 이날 뉴욕주 대법원 결정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다른 성폭행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난해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는 영국에서도 두 건의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의 이날 결정은 와인스타인의 다른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와인스타인 측은 조만간 캘리포니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변호인 측은 이번 법원 결정이 캘리포니아 사건을 항소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 ‘여성의 평등한 정의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전직 성범죄 담당 검사인 제인 매닝은 뉴욕주 대법원 판결이 LA 사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서은·최혜린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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