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제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판사 출신 오동운(54·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를 지명했다. 전임 김진욱 처장이 퇴임한 지 3개월 만이자,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한 지 두 달 만이다. 대통령실은 오 후보자가 "법원에서 2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내달 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비로소 공수처의 지휘부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돼 다행이지만 정치권에선 처장 후보자의 출신과 지명 시기를 두고 여러 해석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초대 처장에 이어 판사 출신이 연속 지명된 것은 그간 문제로 지적돼 온 공수처의 수사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선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일각에선 최종 후보자 2명 중 1명이 윤 대통령과 접점이 있는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판사 출신이 지명됐다는 해석도 있다.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는 개인적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오 후보자가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수사를 총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야당에선 특히 처장 지명 발표 시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동안 공수처가 처장과 차장도 없이 운영돼 수사 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처장 지명이 이뤄지지 않다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 일정이 29일로 확정된 직후 공교롭게도 인선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 때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의혹 특검'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특검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에 힘을 싣기 위해 지명을 서둔 것이 아니냐는 게 야당의 시선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것을 비판하다가 막상 지명하자 특검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비판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독립적 수사기관의 수장이 지명되자마자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가 아닌 정치적 의미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다는 자체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공수처가 지난 3년간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탓도 크다. 공수처는 부실 수사력 논란, 정치적 중립성 시비, 검찰 등 유관기관과 매끄럽지 못한 관계 등 그간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 현재 수사 중이거나 접수된 사건 중에는 여야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들이 많아 언제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오 후보자는 2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채상병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잖다. 그만큼 독립적 수사기관의 책임과 역할은 엄중하다.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수처 존재 이유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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