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관계자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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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재판장 손승온)는 지난 19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총 4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체 배상 청구액 66억원 중 70% 이상을 배상금으로 인정했다. 각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을 2주에서 최대 11년까지로 보고, 1인당 지급 액수는 300만∼11억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헌법상 복지 국가를 내세우면서도 빈곤이나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부랑인으로 구분해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에서 격리했다”며 “형제복지원을 사회복지기관으로 인가해 ‘보호’라는 이름으로 수용을 위탁해 이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도록 묵인·비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헌·위법한 단속과 인권유린을 장기간 방치한 것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원고들은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손해 배상금에 대해서는 법원이 작년 말 이 사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을 내렸을 당시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원의 배상액을 책정했던 것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했다.
정부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들의 손해 배상 받을 권리는 시효가 지나 소멸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해 민법상 소멸시효 10년과 국가재정법상의 5년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경찰 등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불법 감금하고 강제로 노역을 시키거나 집단 구타한 인권 유린 사건이다. 정부는 1975년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 등에 관한 지침’(훈령)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 부랑인을 단속했다. 주로 노숙자·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으로 조사돼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불렸다. 2022년 8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975~1988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57명으로 집계됐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은 총 34건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서울중앙지법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총 203억여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약 146억원을 배상하라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는 중이다. 정부가 1심 판결에 항소해 이 사건은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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