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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수사 손 놓은 고검?…재수사 명령에도 "검찰 연락 없어" 속 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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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수사지연 중심에 선 고참검사들(上)

[편집자주] 검찰에는 매년 40만건 넘는 고소·고발이 접수된다. 검사 한 명당 매달 100건 이상 사건이 쏟아진다. 과중한 업무량에 사건처리는 지연되기 십상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해결책으로 수십년 경력의 고참검사들을 적극적으로 수사에 투입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참검사 활용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단독]재수사 명령에도 수사 하세월…속타는 고소인, 원인은 수사안하는 고검?

머니투데이

전국 6개 고등검찰청 평균 직접경정(수사)률 지난 10년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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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는 지난해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경찰이 B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자 담당 검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납득할 수 없어 항고했고 사건은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갔다. 고검에서 재수사가 결정되면서 사건이 다시 일선 지검으로 내려갔지만 수개월째 검찰에서는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시간만 흘러보내다가 B씨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게 아닐까.' 'B씨가 보복하러 오면 어쩌지.' A씨는 걱정이 크다.

#2. 지난해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소를 당했던 C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고 마음을 놓았다가 상대측 항고로 재수사명령이 떨어지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고소당한 것 자체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던 터에 '또 검사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재수사가 결정된 뒤로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검찰은 감감무소식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고검으로 넘어간 뒤 함흥차사가 된 경우들이다. 검찰 처분에 불복해 항고를 신청했거나 재수사를 준비하며 마음 졸이는 사건 당사자들 모두가 답답하기만 하다.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선 검찰이 수사하면 억울함이 풀릴 줄 알았는데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도 고검의 느슨한 수사 행태가 최근 검찰 핵심과제로 꼽히는 수사지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수사의 2심'을 담당하는 고검의 직접수사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검찰 전반의 수사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검이 재수사 사건을 무작정 지검으로 내려보내기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고등검찰청이 재수사가 필요한 항고사건 중 지검에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하는 비율이 2016년 40.56%에서 2023년 13.22%로 3분의 1토막 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28%를 넘던 직접수사 비율은 최근 4년 동안 △2021년 10.06% △2022년 14.99% △2023년 13.22%로 10%대에 그친다.

최근 들어 고검에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10개 중 9개를 다시 지검으로 내려보냈다는 의미다.

검찰의 수사 구조를 살펴보면 일선 지검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 처분할 경우 고소·고발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소·고발인이 항고하면 고검 검사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불기소처분이 맞다'고 판단해 기각하거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수사를 결정할 수 있다. 이때 재수사가 결정되면 고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린 지검에 다시 사건을 수사하라고 돌려보내거나 직접 수사하게 된다.

고검에서 재수사 사건을 지검으로 보내면 일선 지검에선 업무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사건이 쌓이는 만큼 처리기간이 늘고 사건 당사자들이 마음을 졸여야 할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재수사 명령이 떨어져 지검으로 돌아오는 사건은 내용 자체가 복잡한 경우가 많은 데다 사건을 재배당하고 새 주임검사가 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미 기록검토까지 마친 고검 검사가 직접수사하는 경우에 비해 처리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수사 사건의 여파가 다른 사건 처리에도 미친다는 점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경찰에서 송치되는 사건도 많은데 고검까지 재수사 명령을 내리면 사건이 쌓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며 "현재의 지검 검사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지연의 부담은 고스란히 사건 당사자,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검찰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검의 직접수사율을 높이는 방안을 두고 2~3년 전부터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다. 서울고검이 2021년 '국민중심 검찰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형사부에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4개 수사팀을 구성했지만 한시 운영으로 그쳤다. 현재 서울고검에도 직접수사만 담당하는 팀은 없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열고 수사지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검 검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15년차 이상의 베테랑 고검 검사들이 직접수사 비중을 늘린다면 검찰 전반의 수사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직접수사율' 부산고검 25%·서울고검 4%…"관건은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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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검찰, 검찰로고 /사진=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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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검의 사건 처리량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요사건이 몰린 서울고검에서는 최근 직접수사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검찰 전반의 수사지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6개 고검 중 서울고검의 직접수사율이 지난해 기준 4.13%로 전국 6개 고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 100건 가운데 4건만 직접수사하고 나머지 사건은 모두 일선 지검으로 내려보내 재수사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지방 고검의 경우 부산고검 25.87%, 수원고검 20.1%, 광주고검 18.64%, 대전고검 17.48%, 대구고검 13.48%로 직접수사율이 서울고검보다 많게는 6배 높다.

고검은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지검·지청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을 받고 이의제기(항고)했을 때 타당성 여부를 따져 기각하거나 재수사를 결정한다. 이때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사건은 지검으로 돌려보내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하거나 고검에서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서울고검의 경우 지난 10년 추이를 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직접수사율이 10~30%대를 유지하다가 2020년 4%, 2021년 5%로 떨어졌다. 2022년 14.88%로 반짝 반등했다가 지난해 다시 4%대로 주저앉았다.

법조계에서는 고검이 항고사건 직접수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검찰 전반의 수사지연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받는 상황에서 고검이 손을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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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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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히 서울고검 직접수사율이 4%대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서울고검이 지방고검보다 업무부담이 높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 4%, 부산 25%는 격차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고검 출신 변호사도 "기관장의 의지나 통계 관리 강화로 얼마든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며 "고검장이 '직접수사율을 높여보자'고 지휘 방침을 내세우고 강조하면 어느 정도는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검도 문제 해결을 위해 2022년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4개팀을 운영하면서 직접수사율을 14%대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대검이 검찰 조직의 조직재정립·수사관행 혁신·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만든 '국민중심 검찰TF(태스크포스)'의 성과였다.

일각에서는 직접수사율을 잣대로 서울고검이 부산고검보다 일을 적게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하는 사건은 부산지검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난도가 높다"며 "특히 선거 사건의 경우 고검이 애초에 손을 대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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