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김기인. /이윤파 기자 |
올해 봄은 김기인의 계절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우승을 위해 힘든 선수 생활을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봄처럼 기인도 7년의 겨울을 지나 우승과 함께 새롭게 태어났다. 여러 역경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끝까지 믿고 달려온 ‘기인’ 김기인을 만나봤다.
◆ 이제는 MSI, 김기인을 넘어 젠지의 숙원을 이뤄야 할 때
마법 같은 스프링 우승 이후 이제 MSI에 도전한다. 김기인에겐 첫 MSI다. 특히나 국제대회 우승은 다른 동료들과 젠지의 숙원이기도 한만큼 그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나 지금까지 젠지를 괴롭힌 국제전 메타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기인은 "MSI에 처음 나가지만 다른 팀원과 감독, 코치님은 경험이 많아서 잘 이끌어줄거라 믿고 있다"라며 "처음인만큼 최대한 열심히 준비하려 하고 있으며, 결국 메타 챔피언을 빠르게 찾는 팀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에 최대한 빠르게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MSI가 진행되는 14.8 패치 공허 유충 관련 버프와 최근 자주 사용되는 라인스왑 전략에 대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김기인은 "라인스왑도 무턱대고 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거라 상황을 봐야겠지만 결승 때 사용해서 자신도 있고 전반적으로 팀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PL은 언제나 MSI에서 LCK를 괴롭혔다. 이번에도 LPL은 경계 대상 1호다.
김기인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확실히 LPL과 LCK가 강하다. 그중에서도 BLG가 이번에 우승하기도 했고, 전력이 강해 보여서 견제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MSI에서 맞붙게 될 LPL의 탑 라이너 BIN과 369에 대해서는 "작년에 두 선수를 만나긴 했지만, 많이 상대해보진 않아서 플레이스타일이 어떻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둘 다 메타챔피언 가리지 않고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기인에게 앞으로 MSI에서 만날 팀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부탁했다.
"조심하십시오."
짧고 묵직한 한마디면 충분했다.
◆ 자신을 믿을 수 있던 원동력? “살아남아야 했다.”
김기인만큼 다사다난한 커리어를 지닌 선수는 거의 없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선수들을 향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기인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그 확신이 흔들렸을텐데 어떻게 그 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기인은 “사실 원동력이라는 말이 좀 애매하긴 한데 저는 프로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제 나이대 선수들이 은퇴하는 걸 많이 봐서 이제 매년 스프링 시즌 시작할 때마다 열심히 하자라고 마음에 새긴다”라며 “그리고 선수들 열심히 하는 거 보니까 좀 더 동기부여도 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어느덧 김기인은 7년 차가 됐다. 에이징커브로 인한 기량 하락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시기지만 김기인에겐 그런 징후를 찾아볼 수 없다. 에이징커브에 대한 김기인의 생각은 어떨까.
"19살, 20살이 지금에 비해 피지컬은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력이 길어지며 게임에 대한 노하우나 멘탈 관리 능력이 쌓여 도움이 많이 된다. 오히려 에이징 커브는 나이가 들며 의욕이나 목표가 사라지며 온다고 생각한다. 목표만 잘 설정하면 나이를 먹어도 기량이 안 떨어지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량 유지의 비결을 묻자,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성적이 안 좋았던 기간이 길었기에, 독기로 살아남았다."
놀라웠다. 김기인이라 하면 평소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기에 그런 독기를 눈치채지 못 했다. 본인의 피지컬이 안 좋아지는 것보다 내면의 불꽃이 꺼지는 것을 더 경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무관의 저주 끊은 김기인, 성불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길
인터뷰 중 살인 미소를 보여준 '기인' 김기인. /이윤파 기자 |
나중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김기인은 의외로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은퇴했을 때 팬들이 아 그래도 기인이 잘했었지! 이렇게 말해준다면 만족스러운 프로 생활일 것 같다.”
아쉽게도 이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역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기어이 정상에 오른 김기인은 본인 생각보다 더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김기인은 데뷔 두 번째 시즌 만에 뛰어난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조만간 김기인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에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팀 성적은 따라주지 않았다. 1년이 2년이 되고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자 화려하게 빛나던 영광의 시절도 다시 오지 않을 듯했다.
라이벌들이 영광을 누리는 순간에도 김기인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음 한구석에 승리를 향한 독기를 품고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봄, 최고의 동료들과 만나 자기 손으로 첫 우승을 쟁취했다. 이제 김기인을 속박하는 무관의 저주는 없다. 이번 우승이 성불이 아닌 김기인의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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