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5일만에 국힘 공식 토론회
“정책 지적보다 대통령이 싫다해”
“영남 자민련 - 경포당 신세 전락”
與일각 “방향 못 잡으면 탄핵”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토론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앞줄 왼쪽부터 조정훈 총선백서태스크포스(TF) 위원장, 유상범 의원, 윤재옥 원내대표,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강북 험지에서 어떻게 당선됐느냐고 묻는데, 솔직히 우리 당이 하는 것과 반대로만 했다.”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30대 소장파 김재섭 당선인은 2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주최 ‘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당선인은 “(총선 때)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고 당에서 내려오는 현수막은 단언컨대 4년 동안 한 번도 안 걸었다”며 “서울시당에서 현수막 걸어야 공천받는다고 했는데 저는 (걸어봐야 선거에서) 떨어질까 봐 안 걸었다”고 했다. 당 메시지와 전략이 수도권 민심과 괴리가 컸다고 지적한 것이다.
선거 참패 원인을 짚는 여당의 공식적인 ‘반성 토론회’가 총선 15일 만에야 열린 가운데 “당이 안일하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리, 조정훈 총선백서태스크포스(TF) 위원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 낙선 후보 “대통령 이미지 완전 망했다”
수도권 낙선 후보는 대통령실을 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기 고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우리는 PI(대통령 이미지)가 완전 망했다”며 “대통령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보다 ‘대통령 스타일 싫다, 태도 싫다, 부부의 그런 모습이 싫다’ 이런 게 굉장히 많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뻑하면 대통령이 격노한다는 표현이 언론에 나온다”며 “격노해야 할 게 대통령이냐 국민이냐”고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부총장이 대통령 태도 문제를 지적할 때 수첩에 메모하는 등 중간중간 토론자의 발언을 적었다.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당정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직자 출신인 서지영 당선인(부산 동래)은 “우리가 대통령실 비난만 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며 “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용기 있게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당선인은 “실력 없어 보이는 정당에 젊은층이 표를 줄 수 있겠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우리 당은 지난 20여 년간 가장 취약한 세대였던 40대에 대한 정밀한 전략을 제대로 세워 본 적이 없다”며 “2000년 이후 7번의 총선 가운데 수도권에서 6번이나 패했지만 수도권 전략은 선거 때마다 임기응변에 그쳤다”고 했다.
● “골든타임 지나, 방향 못 잡으면 탄핵”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세대별, 지역별 맞춤 전략 부족도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대로 치면 고령층에 국한됐고, 2030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주류가 된 것 아닌가”라며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 됐고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들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 ‘4포당’(40대 포기 당)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선 “총선 참패 수습과 당 쇄신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남 김해을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90도 허리를 숙여야 할 대통령은 고개만 살짝 숙였고, 당은 개혁의 무풍지대, 쇄신의 사각지대, 민심과 수억 광년 떨어진 외계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은 보수정당의 파산이행절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의원은 범야권 192석 대 여당 108석 구도를 거론하며 “(방향을 못 잡으면) 예정돼 있는 코스는 탄핵”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