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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강해영'을 아시나요? 현대판 대장금 행복밥상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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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영’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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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사람 이름처럼 보이지만, 강해영은 남도의 세 고장이 연합한 지역 협력사업의 이름입니다. 전남 강진과 해남, 그리고 영암 세 고장의 첫 글자를 따 ‘강해영’이란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지난달 12일 세 개 군의 군수가 모여 출범식도 열었지요. 인구 소멸 공동 대응과 체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손을 맞잡은 겁니다. 내년에는 강해영 방문의해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week&이 3개월간 매달 강해영 관광 콘텐트를 소개하는 연재기획을 시작합니다. 첫 회는 ‘강해영 푸드’로 강해영 세 개 고장의 향토 음식을 알립니다. 해남의 토종닭 요리, 영암의 낙지 요리, 강진 한정식을 소개합니다. 5월에는 ‘강해영 스테이’의 차례입니다. 세 개 고장의 민박과 농박, 한옥 체험을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6월에는 세 개 고장의 대표 걷기여행길을 알리는 ‘강해영 트레일’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방의 기초단체 세 곳이 스스로 뭉쳤다는 점에서 강해영 프로젝트는 의미 깊은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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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해남 닭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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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의 토종닭 코스 요리. 3㎏이 넘는 토종닭을 잡아 4가지 요리를 만들어 차례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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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은 농산물이 풍성한 고장이다. 전국에서 논밭이 가장 많은 고장이고, 배추·밀·고구마 재배 면적도 제일 넓은 고장이다. 먹거리 넘쳐나는 해남에서 꼭 먹어야 하는 건 의외로 닭고기다. 정확히 말하면 ‘해남식 토종닭 코스 요리’다. 해남군청이 앞장서 알리고 있다.

해남 읍내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닭요리촌이 자리한다. 토종닭 요리 전문식당 8곳이 모여 있다. 토종닭 요리라고 해서 백숙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여기에서는 닭고기가 코스로 나온다. 큼지막한 토종닭 한 마리를 잡아 요리 4가지를 만들어 차례로 식탁에 올린다. 1975년 이 동네에서 개업한 백숙 전문점 ‘장수통닭’이 원조로 통한다. 백숙 말고도 다른 요리를 하나씩 개발하다가 지금과 같은 코스 요리가 정착됐다고 한다. ‘장수통닭’이란 이름이 눈에 띈다. 이 동네에선 토종닭 요리를 ‘통닭’이라고 한다. 통으로 한 마리를 잡아서 통닭이다. 프라이드치킨하고 헷갈리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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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닭요리촌 '돌고개가든'의 전정례 대표가 백숙을 해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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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돌고개가든'에서 맛본 닭회. 모래주머니와 가슴살이 기름장에 버무려져 나왔다. 고소하고 졸깃졸깃한 식감이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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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요리촌에서 닭요리를 한 지 30년 됐다는 ‘돌고개가든’에 들렀다. 맨 먼저 닭회가 나왔다. 닭의 모래주머니와 가슴살이 기름장에 버무려져 있었다. 전정례(65) 대표가 “5월부터 9월까지는 닭회 판매가 금지된다”며 “4월이 가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별미”라고 말했다. 닭회가 부담스러우면 주물럭에 넣어서 먹으면 된다고 했으나, 굳이 익힐 필요가 없었다. 닭회는 기대보다 고소했고 담백했다. 닭회에 이어 빨간 양념의 주물럭과 백숙이 올라왔고, 끝으로 녹두·흑임자 등을 넣고 끓인 닭죽이 나왔다.

전 대표는 “식당 뒤에서 직접 닭을 기르는데 최소 3㎏ 이상 토종닭만 잡는다”며 “손님이 몰리는 금·토·일요일 사흘간 200마리 정도 소비한다”고 말했다. 토종닭 코스 요리는 8만원이었는데, 4명이 먹어도 충분했다.



영암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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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은 낙지의 고장이다. 특히 영암군 남쪽 학산면 독천리가 낙지 산지로 유명하다. 사진은 독천 낙지거리의 '막내네 해남 식당'에서 촬영한 산낙지. 다들 싱싱해 쉬지 않고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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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하면 예부터 영암이었다. 영산강 하구에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 영암군 남쪽 미암면은 낙지의 고장 남도에서도 손꼽는 낙지 산지였다. 미암면 갯벌에서 잡아 온 낙지로 전국구 낙지 산지에 등극한 곳이 미암면과 접한 학산면 독천리다. 옛 영화가 많이 가셨다지만, 독천리에는 지금도 낙지 전문식당 13곳이 영업 중이다. ‘영암 낙지’가 ‘독천 낙지’다. ‘보성 꼬막’이 실은 ‘벌교 꼬막’이듯이.

독천 낙지거리의 낙지집 중 ‘막내네 해남식당’을 찾아갔다. 대표 이름이 이막례(58)씨였다. 올해로 23년째 독천에서 낙지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방에서 ‘탕탕탕’ 도마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낙지탕탕이를 준비하는 소리다. 탕탕탕 소리가 울릴 만큼 힘껏 내리쳐야 낙지에 칼이 들어간다. 낙지탕탕이가 산낙지 요리다. 날것을 통째로 씹기 거북해 자잘하게 잡은 산낙지가 낙지탕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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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독천 낙지 거리의 명물인 갈낙탕. 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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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탕탕이. 산낙지를 칼로 자잘하게 잡아 생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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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천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낙지 요리가 있다. 갈낙탕이다(2만3000원). 낙지탕탕이·연포탕·낙지볶음 같은 낙지 요리는 전국 어디에서나 나오지만, 갈낙탕은 영암 독천이 원조로 통한다. 이름처럼 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가 들어가 있다. 어쩌다 독천에선 갈비탕에 낙지를 넣게 됐을까. 마을 이름에 힌트가 있다. 독천(犢川)의 ‘독’ 자가 ‘송아지 독’ 자다. 독천은 한우를 많이 키우는 고장이었고, 큰 우시장도 있었다. 1970년대 소값 파동이 났을 때 갈비탕에 낙지를 넣어 팔기 시작한 게 갈낙탕의 시작이라고 한다. 양이 많아 1명이 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알고 보면 영암은 한우의 고장이다. 시방 영암에서는 낙지가 예전처럼 많이 잡히지 않는다. 하여 인근의 무안·신안·보성 등지에서 낙지를 받아와 판다. 대신 영암은 한우를 내다 판다. 전국에서 한우 6만 두 이상을 키우는 11개 기초단체에 영암도 들어간다(6만723두, 2023년 8월 기준).



강진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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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한정식 상차림. 30가지가 넘는 남도의 산해진미로 '상다리가 부러질 듯하다. 사진은 강진의 한정식 명가 '청자골 종가집'에서 촬영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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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밥상에는 흔히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는 상투적 표현이 동원된다. 그만큼 상차림이 풍성하다. 남도의 여러 고장에서 한정식의 전통이 내려온다지만, 강진만큼 명맥이 유지되는 고장도 없다. 이제 한정식은 강진의 대표 음식이다. 옛날처럼 직원이 밥상 들고 오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강진에만 현재 한정식 전문식당 10곳이 성업 중이다. 한정식집 대부분이 강진군청 주변 읍내에 몰려 있다.

왜 하필 강진 한정식만 살아남았을까. 조선 후기 강진 목리로 귀양 온 수라간 상궁이 마을에 전파한 궁중음식에서 한정식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 토지 비옥하고 해산물 풍부하고 강진 청자로 식기를 빚으면서 정식(定食)이라 할 만한 수준의 음식문화가 강진에 뿌리내렸다. 여기에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강진의 한정식집을 소개하면서 한정식이 강진 음식으로 굳어졌다는 평이다.

한정식 밥상은 30가지가 넘는 남도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삼합·생고기(육회)·보리굴비·전복회·토하젓·육전 등 헤아리기도 버겁다. 흥미로운 건 찰밥이다. 찰밥이 구운 김과 함께 꼭 나온다. 반찬만 먹다가는 간을 놓칠 수 있어 마련한 일종의 배려라고 한다. 진짜 밥은 나중에 된장국과 같이 나온다. 남도 한정식에는 삼합·굴비·생고기(육회)·토하젓이 꼭 있어야 한다. 특히 민물새우로 담근 토하젓은 남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한정식은 생선회·해산물·나물 같은 찬 음식부터 먹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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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한정식에 꼭 나오는 생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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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한정식의 필수 메뉴이자 남도 밥상의 별미 토하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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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는 이름난 한정식집이 수두룩하다. 해태식당·명동식당·예향·다강·청자골 종가집 등등,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명가다. 가격은 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4인상 기준으로 6만6000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다. 강진 한정식집 대부분이 주말에는 예약도 쉽지 않다고 한다.

■ 강해영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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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영 막걸리. 왼쪽부터 해남 삼산 막걸리, 해창 막걸리, 강진의 병영설성 막걸리, 도암 뽕잎 막걸리, 영암 도갓집의 무화과 동동주와 문득 무화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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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영을 구성하는 남도의 세 고장은 저마다 향토 막걸리로 유명하다. 해남에는 그 유명한 ‘해창 막걸리’가 있다. ‘막걸리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11만원짜리 막걸리를 내놔 화제를 모은 전국구 브랜드다. 그러나 해남 사람은 해창 막걸리보다 ‘삼산 막걸리’를 더 즐겨 마신다고 한다. 마셔 보니 해창 막걸리보다 가볍다. 강진에도 전국구 막걸리가 있다. ‘병영설성 막걸리’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만찬에 올랐던 막걸리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선정된 병영양조장 김견식 대표가 지난해 돌아간 뒤 2대가 물려받아 막걸리를 내리고 있다. 영암에는 ‘도갓집 막걸리’가 유명하다. 3대째 내려오는 삼호주조장의 막걸리 브랜드다. 영암 특산물인 무화과를 넣은 '무화과 동동주'가 특히 유명하다. 강해영을 이루는 세 개 군은 강해영 막걸리를 주제로 축제를 열거나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글ㆍ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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