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장에 모인 국립대 예산 긴축 반대시위대 |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국립대는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형성하는 국가의 기둥 같은 존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UBA) 의대 앞에서 23일(현지시간) 만난 이그나시오 히아이모(24, 의사)는 "정부의 국립대 예산 긴축에 항의하기 때문에 오늘 시위에 참여한다"면서 "예산 문제로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어려운 상태이며, 학생, 조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립대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상경대 앞 |
그는 지난 5년간 조교로 활동하면서 대부분의 국립대 조교들처럼 3년간을 무보수(Ad-honorem)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주 8시간 의대 조직학 조교로 일하면서 월 7만페소(약 10만원)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의대에서 만난 아드리안 힝딩 소아과 의사이자 생명윤리학 교수는 "40년간 이어온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립대 존립에 의문을 갖는 것은 범죄"라면서 "40년 전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에 나섰다면, 오늘은 국립대를 지키기 위해서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의대 앞 |
이는 국립대 예산이 실질적으로 70% 삭감된 것을 의미한다. 국립대들로선 5월 말에는 모든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 문을 닫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쳐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대들은 비상 운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교수 및 행정직원 월급 지불은 밀렸고, 최대 500%까지 폭등한 전기세 납부가 여의치 않아 강의실을 제외한 구역에 대해선 소등이 이뤄지고 있다. 국립대 부속 병원의 수술도 40% 수준으로 축소했다.
국회 앞에 모인 시위대 |
현재 아르헨티나 전체 대학생의 80%인 2백만명이 국립대에서 무료로 공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에 있어 국립대는 노벨 의학상 및 화학상 수상자 3명과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지식의 전당'이자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사다리'로 인식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의대 아드리안 생물윤리 교수 |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상경대 학생 후안과 친구들 |
이날 시위는 UBA 의대와 상경대 앞에 위치한 후세이 광장에서 오후 2시에 시작해 국회를 거쳐 대통령궁 앞인 5월 광장에 집결하기로 돼 있었다.
집회 시작에 앞서 UAB 의대와 상경대에서 도착하니 대학 앞은 수천 명의 학생, 교수, 행정직원들로 꽉 차 있었다.
"내 미래를 위해 행진합니다"란 팻말 |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의대 이그나시오 조교 |
국회 앞에 도착하자 많은 인파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돼 2시간이 넘게 한자리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회에서 5월 광장까지 1.9㎞ 구간이 사람으로 꽉 찼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15만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으나, 주최 측은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만 80여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지난 1월 노조 총파업 때를 크게 웃도는 인파가 모였고 밀레이 취임 이후 최대 규모로 보인다.
"밀레이는 북한의 뚱보(김정은)랑 같다"는 팻말 |
이날 시위에는 주축을 이룬 국립대 대학생들 외에 아르헨티나 노조총연맹(CGT), 제1야당 조국을 위한 연합당, 급진개혁당(UCR), 사회당 등 정치권, 공교육과 국립대를 지지하는 노동자들, 시민들이 참여했다. 다만 밀레이 정부는 노조와 야당이 가세한 정치적 반정부 시위였다면서 평가절하했다.
5월 광장 인근 거리에 몰린 시위대 |
고물가와 소비 하락으로 인한 극심한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대통령은 최하 43%에서 최대 53%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밀레이 정권은 '정부 재정 균형화(재정 흑자)는 협상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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