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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두 번 부결됐는데…덕성여대, 독문과·불문과 결국 폐지 추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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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 중앙포토


덕성여대가 2025학년도부터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에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두 학과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4일 덕성여대에 따르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회는 전날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 신입생 미배정,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덕성여대 측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교가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이러한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면서 "2023학년도에 평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유지가 불가한 전공의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장이 두 학과의 신입생 미배정 계획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한 것은 지난해 6월, 지난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 공고는 모두 대학 운영과 관련한 심의·자문을 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부결됐는데 약 한 달 만에 같은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재차 공고한 것이다.

개정안은 이달 5일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 결국 찬성 7표, 반대 5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평의원들에 대해 압박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학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교직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학평의원회의 부결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재차 삼차 동일안을 상정하고 평의원들에 대한 지속 압박을 통해 끝내 통과시킨 것은 분명 대학 민주주의를 유린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평의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덕성여대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은 "될 때까지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듯 같은 내용을 넣은 안건을 세 번째 상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덕성여대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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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기초 인문학을 축소하는 경향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2009년 동국대가 독어독문학과를 폐지했고 2005년 건국대가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를 'EU(유럽연합)문화정보학과'로 통합했다. 동덕여대는 2022년 독일어·프랑스어과를 '유러피언스터디즈 전공'으로 통합했다.

전국 인문대학장들은 덕성여대의 학과 폐지 결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혜중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은 "교육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무전공 입학 비율을 늘려야 하는데 타 전공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대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해 이미 두 과가 사라진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강창우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도 "이번엔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이지만 다음엔 어떤 학과가 없어질지 모른다. 대학이 기초학문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합대학의 기능 일부를 포기하는 것인데 이게 과연 학문 발전에 좋은 일인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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