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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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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연극 제안 거절하러 관극 갔다 '덜컥' 출연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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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박해수 출연 '벚꽃동산' 6월 개막

"연극 두렵지만 사이먼 스톤 연출 매력적"

배우 전도연은 지난해 11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연극 '메디아'를 영상으로 관람했다. 연초 LG아트센터로부터 스톤이 연출하는 연극 '벚꽃동산' 출연 제안을 받은 상황. 부담스러웠다. 마지막 연극 무대가 1997년 '리타 길들이기'였다. 어떻게 하면 잘 거절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던 차에 국립극장에서 스톤의 연극 메디아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했다. '작품을 많이 봤지만'이라는 충분한 성의를 보인 뒤 출연 제안을 거절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맨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듯한 배우들의 모습과 새하얀 무대가 서서히 검은 재로 뒤덮이는 연극 메디아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전도연은 23일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열린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에서 메디아를 본 당시 느낌을 전하며 "배우로서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고 (벚꽃동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출연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보러 간 연극은 그렇게 의도와 다르게 '덜컥' 출연을 결정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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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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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2021년 스톤이 연출한 영화 '더 디그'도 인상적으로 봤다고 했다. 이후 벚꽃동산 출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늘 연극에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자신을 온전히 관객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정제된 저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연극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저의 온전한 모습을 다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스톤이라는 연출가가 굉장히 매력이 있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매료된 부분들이 있고, 궁금증도 생겨 출연을 결심했다."

27년 전 연극 출연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너무 오래 전이어서 어떻게 연극을 선택하게 됐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영화, 연극, 방송의 경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무모한 결정을 했던 것 같다.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많은 일들을 해야 했고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힘든 만큼 어떤 즐거움이 있었지, 내가 무엇을 즐겼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전도연은 오랫동안 정상급 배우로 인정받아왔다.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또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해보지 못한 역할이 너무 많다고 했다.

"오랫동안 배우를 했고, 사람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해온 작품보다 앞으로 해야 할 작품, 해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벚꽃동산이 장르적으로 연극이기는 하지만 도전이라기보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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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손상규, 전도연, 박해수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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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이 출연하는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한다. 박해수가 남자 주인공 역을 맡아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다. 그 외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이 출연한다.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이다. 1861년 농노해방령 이후 귀족 사회가 무너져가는 19세기 말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류바는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의 여지주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인물이다. 남자 주인공 로파힌은 류바 가문의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농노 해방령 덕분에 신분이 해방돼 큰돈을 버는 인물이다. 결국 류바 집안이 소유한 벚꽃동산을 로파힌이 경매로 매입하게 된다. 벚꽃동산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에 많은 영향을 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벚꽃동산은 2024년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모든 배우들에게는 원작의 인물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된다. 전도연은 원작의 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 역을, 박해수는 원작의 '로파힌'을 재해석한 '황두식' 역을 연기한다. 극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송도영의 가족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극이 전개된다.

전도연은 27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가 두렵지만 기대감도 크다고 전했다.

"벚꽃동산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분명히 실수도 하겠지만 그 실수가 두려웠다면 연극 출연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실수를 통해 또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배우로서 역량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 작품이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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