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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V낸드 290단 쌓았다 … 삼성 초격차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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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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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초고난도 기술을 적용해 낸드를 업계 최고 단수인 290단까지 쌓은 제품이다. 인공지능(AI) 시장 확산에 따른 저장 공간 수요 확대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의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9세대 V낸드는 낸드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더블 스택' 구조로 구현이 가능한 최고 단수 제품인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했다고 23일 밝혔다. 9세대 V낸드는 현재 주력인 236단 8세대 V낸드의 뒤를 잇는 제품으로 적층 단수가 290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계에서 양산된 제품 가운데 최고 단수에 해당한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메모리반도체다. 과거 낸드는 한 반도체 안에 저장 공간(셀·cell)을 최대한 많이 몰아넣는 방식으로 개발돼왔지만,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서 간섭 현상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낸드를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평면 단의 3차원 공간에 구멍을 뚫어 각 층을 연결해 적층 수를 높이면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낸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 간 '적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연히 적층 공정 기술력의 중요성도 확대되고 있다. V낸드의 원가 경쟁력에서는 최소한의 공정으로 단수를 쌓아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스택 수가 적을수록 거쳐야 하는 공정 수도 줄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더 큰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더블 스택 구조로 9세대 V낸드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면서 원가 경쟁력과 시장 대응력을 강화했다.

더블 스택은 낸드플래시를 두 번에 걸친 '채널 홀 에칭'으로 나눠 뚫은 뒤 한 개의 칩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이용해 한번에 업계 최대 단수를 뚫는 공정 혁신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채널 홀 에칭은 몰드(mold)층을 순차적으로 쌓은 다음 한번에 전자가 이동하는 홀(채널 홀)을 만드는 기술이다. 적층 단수가 높아져 한번에 많이 뚫을수록 생산 효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교화·고도화가 요구된다.

삼성전자의 1Tb TLC 9세대 V낸드는 업계 최소 크기 셀과 최소 몰드 두께를 구현해 '비트 밀도'(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 수)를 이전 세대 대비 약 1.5배로 확대하며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갖췄다. 이 제품의 비트 밀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함께 9세대 V낸드는 저전력 설계 기술을 탑재해 이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 전력이 약 10% 개선됐다.

삼성전자의 9세대 V낸드 양산은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고용량·고성능 낸드 수요가 확대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의미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매출은 2023년 387억달러에서 2028년 1148억달러로 연평균 2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버 기업들의 AI 서버 구매가 늘면서 기업용 SSD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상·음성 등의 데이터로 훈련 방식이 진화하면서 텍스트 기반의 데이터보다 더 큰 저장 용량이 필요해 SSD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옴디아도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추론 모델을 위한 데이터 저장에 더 큰 용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QLC(Quad Level Cell) 9세대 V낸드'를 양산하는 등 AI 시대에 요구되는 고용량·고성능 낸드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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