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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美 제재에도 中 반도체 3월 생산량 역대 최대?… 구형 칩 시장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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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베이징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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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에 대응해 구형 반도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반도체 투자가 전자기기, 자동차, 무기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구형 반도체 공정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국이 머지않아 전 세계 구형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한 362억개로, 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1분기 전체로 보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보다 40% 급증한 981억개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에도 전방 산업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반도체 생산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29.2% 증가한 208만대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스마트폰 생산량도 16.7% 늘어났다.

날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미 제재에도 중국은 반도체 자급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70억달러(약 35조9000억원) 규모의 3차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조성 중이다.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와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공장은 77곳에 달하는데, 올해 18개 공장이 새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들 공장은 구형 공정을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중국이 칩 물량 공세에 열을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구형 반도체가 중국산으로 도배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중국 반도체의 과잉 생산’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이 세계 구형 반도체 생산을 장악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구형 칩의 수급을 중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구형 반도체 점유율이 작년 31%에서 2027년 39%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칩 역량이 첨단 반도체에 집중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미 제재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CBS뉴스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 대해 “그건 미국 휴대폰보다 (기술이) 수년 뒤처져 있다”면서 “화웨이의 반도체는 우리 것만큼 좋지 않으며, 이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수출 통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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