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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착붙’ 홍준표, ‘멀찍’ 한동훈···여당 잠룡들의 각자 둥지 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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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당선인의 모습. 연합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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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대패로 마무리한 집권여당 내에서 대선 잠룡들의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당권 도전 여부는 물론, 주요 인사들의 모임과 식사 자리에도 촉각이 집중된다. 정권심판 여론이 총선 패배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잠룡들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 조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각종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이 최근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시사하는 입장문을 게시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당 정치인이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거부한 건 이례적이다. 한 전 위원장 측은 건강 이상에 촉박한 일정이 더해져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본인 정치적 행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로도 분석된다.

유상범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서 ‘윤·한 결별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지나친 것(해석) 아닌가”라며 선을 그었지만, 검찰 선후배로 가까웠던 두 사람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많다. 일각에선 “오해, 억측을 일으킬 수 있다”(홍석준 의원), “한 위원장이 잘못했다”(권영세 의원)는 등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를 포함한 일부 친한파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힌 만큼 새 당대표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엔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직후부터 연일 ‘한동훈 때리기’와 ‘윤 대통령 감싸기’에 집중해 왔다. 그는 “대선은 당이 주도해 치른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의무가 있다” “셀카만 찍다가 (선거) 말아 먹었다”며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 미룬 데 이어 “윤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맹공했다. 윤 대통령과는 지난 16일 4시간가량 만찬을 하며 내각·참모진 개편을 포함한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한 전 위원장과 달리 윤 대통령에게 ‘착붙’(착 달라붙다)한 모습이다.

‘경쟁자 한동훈’을 견제하면서 대통령이 밀어주는 대선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카드다.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 지지를 등에 업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진단도 있다. 2021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윤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앞서고도 당원 투표에서 밀린 ‘트라우마’ 영향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홍 시장은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반대한다”며 정치적 해석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선 후 서울 지역 정치인들과 잇따라 만남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동·북부 지역 낙선자들과 한남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으며, 전날인 22일엔 서울 서·남부 지역 낙선자들과 만찬 모임을 했다. 23일도 서울 지역 당선자들과 저녁을 같이 한다. 앞서 오세훈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대거 낙천된 바 있어, 오 시장이 ‘식사 정치’로 여권 내 지지 기반을 확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공동창업자’ 정체성을 거듭 내세우는 가운데 사안별로 윤 대통령 지지와 비판을 오가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이슈에서는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스탠스였던 반면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 인선은 긍정 평가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 ‘윤안연대’ 발언과 관련해 친윤계의 무차별 폭격을 당한 그는 당내 ‘우호 지분’을 확장하며 다음 대선 출마 기반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에 나갈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도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역시 지난 전대 때 친윤 ‘초선 연판장’에 내몰린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도 수도권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나 당선인을 주축으로 지난 16일 열린 여성 당선인 간 차담회는 전당대회 준비 일환으로 해석돼 주목받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당분간 공식 정치 활동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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