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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폐업 모텔서 백골로 발견된 70대…복지급여 2년 넘게 입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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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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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없이 홀로 살던 70대 기초생활수급자의 백골 사체가 사망한 지 2년여가 지나 발견된 가운데 제주시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입금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폐업한 모텔 건물 객실 화장실에서 숨진 지 2년 반 만에 발견된 김 모 씨(70)의 계좌에는 최근까지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 매달 약 70만 원이 지급됐다.

제주시는 상·하반기 2차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현장·면담 조사를 벌여 공적 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김 씨는 홀로 살고 고령에 거동도 불편해 고독사 위험이 높았지만 2020년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 및 선정 과정에서 ‘고독사 위험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장기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기·가스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공무원을 통해 전화 확인이나 현장 확인을 하도록 하고 있다.

김 씨가 발견되기 이전에도 사회복지공무원들이 해당 모텔을 수차례 찾아 방과 거실을 살폈지만 정작 김 씨가 숨져 있던 화장실 문은 열어보지 않아 김 씨를 찾지 못했었다.

객실 문을 열면 화장실 입구가 가려지는 구조로 돼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몇 차례나 진행한 현장 확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김 씨 계좌로 최근까지 매달 복지급여를 입금했으며, 그의 통장에는 1500만 원이 넘는 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 행정 당국은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라 수급자 통장 잔액을 1년에 2차례 금융 조회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고령의 김 씨 계좌 잔액이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아무런 출금 기록이 없는 것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2021년 하반기부터 김 씨 계좌의 돈을 다른 사람이 인출하거나 사용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내 기초생활수급자 2만여 명에 대해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제주시와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주시 용담1동의 폐업한 모텔 건물 객실 화장실에서 김 모 씨로 추정되는 두개골 등의 시신을 사회복지공무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모텔은 2021년 상반기에 폐업한 뒤 건물이 방치돼 있었다. 경찰은 김 씨가 이 모텔 방에서 혼자 오랫동안 살아왔고 폐업 이후에도 계속 홀로 지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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