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증원관련 특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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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조정할 것이었으면 왜 그렇게 의대와 강경 대립했는지 모르겠다.”
“총장에게 상황을 정리하라고 맡긴 것 같아 명분도 실리도 잃은 게 아닌가 싶다.”
정부가 6개 국립대 총장의 의대 증원 자율 선발 요구를 받겠다는 발표에 대학은 눈치 게임에 빠지면서 더욱 난감해진 상황이다.
국립대가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대안을 내놓은 모양새지만, 국립대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정부에 건의했던 강원대, 경북대 등은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A국립대 관계자는 “의대 증원 자율 선발은 내년도 입학 정원에 한 해 증원 규모를 감축해 선발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면서 “총정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안이 아니어서 당장 의대 학생의 수업복귀나 현장의료 위기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B국립대 관계자도 “국립대 총장들이 공동 호소문까지 내면서 기본 원칙을 이미 표명했는데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대 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정 간 대립 상황에 대학이 정원 규모를 손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사립대 입장은 국립대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대다수 사립대는 “정부 지침 이후 논의는 하고 있다”면서도 정원 규모 조정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원이 대폭 늘어난 국립대와 사립대는 다른 상황이란 의견이다.
C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급격한 증원으로 아마 학생을 받을 준비가 안 된 것 상황이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 “사립대는 정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상황이라 기존 정원 배정안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몇 군데 대학에서 총대 메고 (정원 조정을) 시작한다면 따라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D대 관계자는 “현재 우리 대학은 정원 규모 조정에 변동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사립대는 아마도 다 비슷한 기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대 관계자는 “대학이 정부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라 결정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사립대는 대학 여건에 맞게 배정이 된 대학이 많기 때문에 정원 조정을 굳이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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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원 자율 조정안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여전히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냉담한 입장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은 동결하고 2026학년도 이후 입학정원의 과학적 산출과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할 거버넌스를 구축하자”면서 의료계와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국립대 총장이 제안한 의대 정원 자율 조정에 대해서도 KAMC는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가 의료 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공의나 의대생들에게는 정원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문제보다 정부와의 논의가 더 중요할 것”이라면서 “결국 정부와 대화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대학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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