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식탁에 빈 의자·노란 리본…돌아오지 못한 인질들 기억
6개월 넘은 전쟁에 고통·죄책감…"즐거운 명절" 인사 사라져
(텔아비브 로이터=연합뉴스)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시작된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유월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4.4.22 photo@yna.co.kr |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22일(현지시간) 시작됐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벌이는 전쟁이 6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비탄한 분위기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유월절은 유대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출애굽을 기념하는 명절이자 축제로, 이스라엘인들은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경건한 시간을 보낸다. 올해는 4월 22∼30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천200여명이 살해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가운데 130여명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생사마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맞는 명절은 이스라엘인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마스에 아직 붙잡혀 있는 인질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빈자리를 둔 유월절 만찬 식탁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식탁에는 인질 석방 운동을 상징하는 색인 노란색의 리본과 의자가 놓일 예정이다.
인질 가족들은 유월절을 앞둔 지난 1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연 주간 시위에서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다시 한번 외쳤다.
(텔아비브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자원봉사자가 저녁 식사장 테이블에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을 위한 좌석을 마련하고 있다. 2024.4.22 photo@yna.co.kr |
다수는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인질 광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텔아비브의 한 광장에서 유월절 저녁 시사를 할 계획이다.
아들이 하마스에 납치돼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달리트 슈티비는 "내 아들 없이 '해방 명절'을 기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너무나 힘들다. 나는 이 고통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수의 이스라엘인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보통 때 했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한 텔아비브 주민은 "올해는 (명절을) 축하하는 것이 괜찮지 않다는 일종의 죄책감이 느껴진다"면서 "인질들뿐 아니라 많은 유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사람들뿐 아니라 가자지구 전쟁 과정에서도 300명 가까운 군인이 사망했다.
또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250여명 중 지난해 일시 휴전 당시 석방된 100여명을 제외한 130여명이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것으로 이스라엘은 보고 있다. 이 중 30명가량은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전쟁 속에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만4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미국 등의 중재로 벌였던 휴전, 인질 석방 협상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인질 구출을 위해 며칠 내로 하마스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21일 유월절 연설을 통해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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