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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갑자기 앓다가 죽었다…반려묘 죽음으로 내몬 ‘그 사료’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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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던 반려묘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증을 보인 후 신경·근육병증을 앓다 폐사한 사례가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피해 고양이들은 특정 사료를 섭취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현재까지 94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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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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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기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이들 고양이는 모두 특정 제조원에서 2024년 1~4월 만든 사료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전국적으로 고양이의 연령이나 품종과 무관한 피해가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공통점은 사료 이외는 없다”고 밝혔다.

심각한 것은 피해 고양이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21일 오후 6시까지 163가구의 고양이 263마리가 급성 신경·근육 병증을 보였고, 이 중 94마리가 폐사했다.

원인으로 지목된 사료를 검사 중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사 의뢰를 받은 사료 30여건 가운데 3건을 검사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피해는 불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른 사료와 부검 의뢰받은 고양이에 대한 유해물질, 바이러스 검사를 추가로 할 예정이다.

논란이 일자 업체는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중에 판매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선 회수’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SNS를 통해서도 해당 사료에 대한 리스트 공유가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몇몇 사료들이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악인인 볼드모트의 이름을 따 ‘볼드모트 사료’로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농식품부가 지난해 ‘수입사료 사후관리기준’과 ‘사료검사기준’을 개정했는데 통관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동물성 원료와 이를 가공한 식품을 사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관련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고 비판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지난 11일 대한수의사회도 동물보호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당부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식욕부진이나 기력 저하 등의 증상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질병에 의한 것인지 동물보호자가 판단하기 어려워 고양이가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거나 △잘 일어나지 못하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검붉은 소변을 보는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일 경우, 동물보호자들은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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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료.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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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전문 수의사이자 유튜브 채널 ‘미야옹철의 냥냥펀치’를 운영하는 김명철 수의사도 지난 14일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근 발생하고 있는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 근육병증(또는 다발성근염)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다”며 “고양이들이 단기간에 이렇게 급속하게 진행되는 근육병증을 보이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원인으로는 독성물질이나 감염을 의심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막연한 추측과 공포보다는 당장 집사님들께서 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공유해 드린다”고 밝혔다.

또 만약 반려묘가 식욕 저하, 보행 이상, 기립불능, 소변 색깔 변화를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최대한 빨리 동물병원에 내원해 정밀 진단받으라고 권했다.

아울러 해당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가 있다면 급여 중인 식이(사료, 간식 등 모든 제품)의 종류를 정리하고 제조일과 제조업체를 기록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역학조사를 위해 해당 제품들은 가능하면 폐기하지 말고 밀봉 보관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지나친 불안감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해당 사례를 보고한 다수의 동물병원에 따르면 증상을 보인 고양이들의 주요 감염병에 대한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며,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정밀 검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가 소요된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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