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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6411의 목소리 100회 특별기고] 사회의 공기를 바꾸는 소중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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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재 100회를 맞은 ‘6411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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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영직 | 문학평론가·‘6411의 목소리’ 자문위원



‘6411의 목소리’가 어언 연재 100회를 맞았다. 2022년 5월12일에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의 칼럼이 처음 한겨레 지면에 실린 이후 지금껏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그리고 감정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해온 불안노동(프레카리아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한번도 중단되지 않았다.



내가 과문한 탓일까. 우리나라 저널리즘 사상 일과 삶을 주제로 한 불안노동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매주 꾸준히 100회 연재된 사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직 창궐하던 2022년 봄부터 자문위원으로 참여해온 나로서도 자축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비정규와 임시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시대 불안노동(자)의 삶과 꿈을 알리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은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사의 한결같은 협력의 정신과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



‘6411의 목소리’는 시민권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서부터 부여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소중한 기획이었다. “저는 ‘메이드 인 베트남’이 아녜요”라고 말하는 결혼이주여성 부티탄화, 14년째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 청년 이레, 기후위기 뒤에 노동자 위기가 있다는 점을 알린 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영훈, 10년차 여성 대리기사로 활동하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카부기상호공제회를 결성한 이미영, 50년 동안 농사지은 이야기를 구술한 경남 함양 농부 문성자, 그리고 네번의 전쟁을 겪은 27살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 알란티시 등….



100명의 말과 글은 내 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저마다 귀하고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사건’이 되었다. 경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다른 말로 하면 ‘서사적 우정’이 조금씩 생겼다고 해야 할까. 서사적 우정이란 다른 말로 하면 ‘이야기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철학자가 “친근함과 경청이 없으면 공동체도 형성되지 않는다”(한병철)고 한 말은 그런 뜻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동 이슈는 여전히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적극 권장되지만, ‘노동하기 좋은 나라’라는 사회 비전은 한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1948년 제헌국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18조)라는 ‘이익 균점권’ 조항을 명문화했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법전 속 조항이었을 뿐이었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라는 정부 부처의 명칭을 보라.‘ 노동’보다 ‘고용’을 더 우위에 두고자 하는 우리 안의 완고하고도 견고한 인식 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노동권은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지방 ‘청년공’의 분투를 다룬 천현우의 ‘쇳밥일지’(2022) 속 “스물다섯살의 나는 일찌감치 사회에 투항했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작은 탄식을 했던 것도 좋은 노동, 존엄한 노동과 무관한 현실 때문이었다.



‘6411의 목소리’는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싶어 하고,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를 생각하게 한 기획이었다. 챗지피티(ChatGPT)와 인공지능 그리고 기후위기를 말하는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산업의 미래는 말하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의 미래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 시절에 ‘6411의 목소리’는 생존을 넘어 생활로, 그리고 생활에서 온전한 생명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우리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했다. 김영훈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가 ‘탈석탄’을 말하면서도 일의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한 기고는 후속 탐사보도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소멸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국 시인 D.H.로렌스는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라고 썼다. 과연 이와 같은 시적 선언이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바라건대, ‘6411의 목소리’가 일상과 일터에서 저마다의 작은 승리를 즐겁게 기록하는 발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어촌으로 귀촌한 늦깎이 어부 이광수가 “길지 않을 어부 생활, 아침마다 행복하게 바다로 나가고 싶다”고 쓴 소박한 문장에서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감동을 받았다. 고 노회찬 의원이 입버릇처럼 ‘사회의 공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듯이, 부디 ‘6411의 목소리’가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우리들의 완고한 생각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공기를 바꾸는 소중한 목소리가 되기를 바란다. 일만 하며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아직도 노동자의 피·땀·눈물이 강요되는 사회는 좋은 노동도 아니고 좋은 사회는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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