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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심판 정치에서 책임 정치로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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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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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국민들은 자신의 한 표를 행사했을 뿐이지만, 그 표가 모인 결과는 거대하고 명확한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정치권에 전달됐다.



먼저, 대통령과 여당에 ‘겸손히 협치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24만표 차이로 가까스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100%를 이긴 승자처럼 지난 2년을 통치해왔다.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함께 정치하려 하지 않았다. 남발된 거부권과 함께 일방통행의 긴축정책, 감세정치, 그리고 대북·외교정책은 ‘승자독식’ 정치 속에서 우려만을 키워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야당 심판’이라는 어리둥절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총선을 통해 첫 2년에 대한 메시지를 명확히 받았다면, 이제 변해야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3년 국정운영의 대대적 전환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의 메시지는 야당에도 전달됐다. 다시 한번 국회의 명확한 주도권을 야권에 주었다. 지난 4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들이 잘 알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었지만, 21대 국회 4년 중 2년은 여당이었으며, 동시에 절반이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자문해봤으면 한다. 22대 국회까지 합하면 8년이라는 기간을 압도적 다수로 있게 된다. 만일 내세울 성과가 ‘정권 심판’에 그친다면 국민의 심판이 야당 국회의원들을 절대 피해 가지 않을 것이다.



200석 이상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변화를 주도하되 협치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71석 차이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지역구 득표율 기준 45%의 국민들은 국민의힘에 투표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제와 마찬가지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만들어낸 결과다.



22대 국회에서는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제도를 제안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는 그 어떤 멋진 아이디어도 누군가의 반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험난한 ‘거부권’의 지형을 뚫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시키는가에 있다.



정치력이 부족한 이들은 반대편에 선 이들을 쉽게 적으로 규정하고, 개혁이 되지 않는 이유를 그들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반대로 정치력이 있는 이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협상하며 설득한다. 때로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일들 역시 이 길밖에 답이 없음을 진정성을 가지고 호소하며 지속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낸다.



서로에 대한 비판의 정치보다 협치의 정치력이 간절한 이유는 시대의 변화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안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며, 조세나 사회보험료가 증가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나 행정부만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외부적 요인이 너무 크다. 기후변화, 디지털화, 인구 전환이 만들어내는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험난한 파도를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심판의 정치는 책임의 정치로 전환돼야만 한다.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하며, 그 첫걸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내용 있는 회담이 될 것이다.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 국정운영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야당 역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역할에 그치면 안 된다. 이제 8년 동안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될 야당은 심판을 넘어 책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배가 뒤집히지 않고 목적지에 갈 수 있다.



22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어려운 결정을 두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이 쌓여 있다. 현 방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노동·교육·연금개혁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했을 때 매우 중요한 어젠다이다. 또한 현 정부에서 시작한 보건의료체계 개혁도 보완대책과 함께 완성돼야만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소극적이었던 기후변화 대책들이 본격화하면 국민과 기업의 이해와 협력을 더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정치인들이 피하고 싶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기고 싶은 주제들일 수 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마련한 새로운 정치의 장에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져야 다른 누군가가 이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야와 국민 모두가 승자가 될 수도 혹은 패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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