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눈높이와 다른 스토킹 범죄 입건
"의사 반한 문자와 영상 유포…스토킹 성립 가능"
김 여사 감정이 관건…피해자 조사 가능할까
4월 19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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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크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싫다는데 접근해야 합니다. 둘째, 그래서 상대방이 두려워해야 합니다. 거칠게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이걸 기억한 뒤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재미교포 최재형 목사가 입건 됐습니다. 그런데 혐의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입니다. 지난 19일 JTBC 단독 보도입니다. 보도를 본 시청자들, 대부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명예훼손도, 몰래카메라 범죄도 아닌 스토킹?” 정치적 입장,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그게 왜 스토킹이지?”란 물음이 많았습니다.
일반인 상식과 경찰 판단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경찰은 왜 이런 수사에 나섰을까요. 최 목사가 '스토킹'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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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납시다” 메시지 살펴보니
━스토킹 행위는 다양합니다. 따라다니거나 기다립니다. 전화나 우편, 정보 통신망으로 연락합니다. 물건을 억지로 주고, 놔두고 오기도 합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이런 행동 하면 문제가 됩니다. 최 목사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최 목사도 연락을 반복했습니다. 경찰이 주목한 대목입니다. 김 여사가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 만남을 종용했다는 겁니다. 공개된 메시지 일부를 보겠습니다.
(2022년 6월 17일)
[최재영 목사 ] 그냥 평범한 만남 인사이고 말씀하신 대로 티타임 기대하고 가는 거 자나요. 아시다시피 저는 청탁이나 그런 거 아니고 요란하게 떠벌이는 사람도 아니고요.
[김건희 여사] 아고 이번주일은, 너무. 꽉 차 있었네요.
[김건희 여사] 언론.보셨으면.아셨겠지만요.
[김건희 여사] 일요일,저녁시간 어떠세요. 아님. 월요일은 어떠세요. 월요일 두 시 정도 어떠세요. 티타임.
만나 달라는 최 목사, 김 여사는 거절합니다. 하지만 애매합니다. 다른 날짜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싫다는 의사를 밝힌 건 아닙니다. 그러자 최 목사, 포기하지 않습니다.
(2022년 7월 26일)
[최재영 목사] 뉴스 들어보니 담주에 휴가가시네요^^
[최재영 목사] 가시기 전에 티타임이나 간단한 특강이 가능하실까요?
(2022년 8월 21일)
[최재영 목사] 100일 기념 약주와 램프는 받으셨나요?
[최재영 목사] 어찌되었던 건강관리 잘하세요. 신경 쓰일 일이 너무 많으시니 안위가 걱정됩니다.
(2022년9월7일)
[최재영 목사] 디올 가방 사진
[최재영 목사] 여사님. 추석인사 드리려 가려는데 언제가 좋을까요?
이 메시지들에 김 여사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답하지 않아도 최 목사는 반복해서 만나자고 하고, 물건을 보내기도 합니다. 글 첫머리에서 봤던 '원하지 않는데도 접근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이런 연락이 10여 차례 있었던 거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달라집니다. 김 여사 측은 이해 9월 12일 “시간을 내주겠다”고 연락합니다. 그리고 하루 뒤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납니다.
최 목사는 “시간 장소를 알려줘서 갔다. 스토커에게 접견 일시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느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이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속마음은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최 목사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어도 스토킹 처벌법 대상이 될 수도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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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요건...“몰카와 영상 공개에 주목”
━2022년 9월 13일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는 서초동 코바나 컨텐츠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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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아직 조건이 하나 더 남았습니다. 피해자가 불안과 공포감을 느껴야 합니다. 즉 김 여사가 최 목사 행동 때문에 두려워했어야 합니다.
두 사람 대화와 메시지에서 김 여사가 공포를 느꼈다고 볼만한 대목은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3자가 김 여사 감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 여사가 최 목사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강자인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원하지 않은 몰래 카메라 촬영과 '서울의 소리' 영상 공개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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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스토킹 성립은 가능”
━이 사건, 한 보수 단체 대표가 고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경찰청은 서초경찰서에 배당했습니다. 서초서는 최 목사와 '서울의 소리' 기자 등을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여기까지 술술 진행됐습니다. 고발 사건이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일단 내사를 해 본 뒤 아니다 싶으면 종결 할 수도 있지만 역시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말 스토킹 범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한 전문가는 “행위만 봤을 때는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 의사만 있으면 실제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역시 관건은 김 여사 감정인 겁니다. 다른 변호사는 "의사에 반해 영상이 촬영되고 공개되는 과정이 무서웠다"고 하면 가능성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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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경찰...피해자 조사 실현될까
━사건을 수사 주인 서울 서초경찰서 〈사진=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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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부는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습니다. 서울경찰청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를 강하게 독려한 거로 안다. 지휘부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엄정하게 수사해서 엄벌해야 한다는 기세”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시 변수는 김 여사의 감정입니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해야 합니다. “두렵고 불안했다”는 진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조사를 못 하면 이 모든 일은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과연 경찰은 김 여사에게 피해자 조사를 요구할까요. 김 여사는 이를 받아들일까요. 거부할까요. 아니면 모든 게 없던 일이 될까요. JTBC는 이 과정을 끈질기게 보도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원하지 않는 만남 종용"…김 여사에 '명품' 건넨 목사, 스토킹 혐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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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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