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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fn사설] 의사들 사전에는 타협과 양보란 단어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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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2천명 증원 철회도 거부
의료특위 참여해 의견 내고 대화를


파이낸셜뉴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가 의과대학 신입생 인원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결정했으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거부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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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정원 자율조정 등 타협안을 내고 있으나 폐쇄적 직역이기주의와 오만에 빠진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한발도 양보하지 않은 채 '증원 자체를 백지화하자'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4·10 총선 패배 후 의정갈등 출구를 찾는 여당과 정부의 처지를 역이용겠다는 속셈이 여실히 보인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단체가 21일 "2025년도 의대정원을 동결하자"며 내놓은 요구도 다를 바 없다. "의료계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2026학년도 이후 입학정원의 과학적 산출, 의료인력 수급을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올해 의대 증원은 없던 일로 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자는 전공의, 의대 교수의 기존 주장과 판박이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대학별 의대 증원 자율조정' 방침에 대해서도 "국가 의료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했다. 정부 양보안대로라면 전국 32개 의대는 교육여건에 맞춰 당초 총증원 2000명에서 300~1000명 정도 감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행 가능한 유연하고 전향적 조치라고 본다.

그런데도 의사집단은 정부의 양보안을 놓고 "정부 정책을 스스로 부정한 것" "주먹구구식이었던 걸 방증하는 것"이라며 비아냥 투로 거부하고 있다. 이런 냉소, 조롱, 오만, 호기는 언제까지 계속할 텐가. 응급 중증환자가 권역 내에서 수술·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겪는 현실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의사집단이 일말의 양심과 도덕적 책무가 있다면 국민을 이토록 얕잡아볼 수 없을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의대 증원을 지지한다. 미래의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더 나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서비스를 위해 의사 충원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을 알고 있다. 또 세계 최고의 의료접근성을 자부하지만 필수의료체계 왜곡과 의료수가체계 불합리, 건보재정 고갈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에 의존해 백화점식 진료·수술에 치중해 지역의료체계마저 뒤흔든 공룡이었다는 현실도, 여기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저임금에 주80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는 현실도 이번 의료대란을 통해 국민들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의사집단은 지금껏 의대 증원 문제에 있어 일말의 양보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들이 주장하는 더 합리적인 과학적 통계를 근거로 한 단일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의사집단은 진정성을 갖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사직서를 철회하고, 의대생들은 수업에 복귀하기 바란다.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돌아가 수련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으고 의료개혁에 건설적인 의견을 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의사집단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국민 건강권을 위한 저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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