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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그림자? 대놓고 치고받는다…이스라엘∙이란이 바꾼 '전쟁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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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이 제한적인 본토 공습을 주고받으며 ‘맞불 보복’을 감행한 이후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이 당장은 수위를 조절해 확전을 피한 듯 보이지만, 막후에서 은밀하게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오랜 관례를 깨면서 ‘전쟁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숨지도, 대신 내세우지도 않아



20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는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섰다”(월스트리트저널·WSJ), “시간이 지날수록 확전을 제한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블룸버그)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과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보복 공습, 19일 이란 이스파한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등이 이전 양상과 다르다면서다.

중앙일보

지난 4일 위성이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지역 핵시설. 19일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핵시설 피해는 없었다고 IAEA가 확인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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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은 그간 반목하면서도 직접 충돌은 피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은밀하게 공격하고 요인을 암살하면서도 배후로 지목될 만한 ‘스모킹 건’은 남기지 않았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親)이란 대리 세력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는 양국이 직접 싸우지 않는다는 ‘레드라인’이 모호해졌다. 본토 타격이라는 임계점을 넘은 이상 향후 공격의 정도는 더 강해질 우려가 크다. 최근 양측의 공격 모두 ‘못 때린다’가 아니라 ‘안 때린다’는 과시에 초점을 맞췄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향후 공격의 범위를 얼마든 조정할 수 있다.

이스라엘 내 대표적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은 19일의 공격을 “약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중앙일보에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했지만 그 피해가 크지 않다. 공언하던 ‘고통스러운 보복’은 아닌 셈이어서 이스라엘이 고통을 가하기 위해 이란을 더 공격하느냐, 멈추느냐에 따라 확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을 공격할 수도 있는데, 어느 행위자가 갑자기 우발적인 공격을 하면 순식간에 확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지난 20일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장난감 수준으로 폄하하면서도 “추가 행동이 있으면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랜드연구소의 중동 분석가인 달리아 다사 케이는 WSJ에 “게임의 규칙이 바뀌어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을 때 양측이 시험을 하는 기간이 있다”며 “그 몇 주, 몇 달은 상황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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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사해 근처에 떨어졌던 요격된 탄도 미사일의 부품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난 13일 이란이 300개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을 공습했으나 이스라엘은 99% 요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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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은 중앙일보에 “1회전이 끝났지만, 2회전은 또 시작될 것”이라며 “이란 방공망은 이스라엘만큼 좋지 않아 이스라엘 공격으로 원전, 기반시설 등이 파괴된다면 이란 현 정권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 대선을 앞두고 이런 긴장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차기 미 행정부에서 미·이란 관계를 재설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중동 안정이 빨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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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때릴 수록 국내에선 유리?”



이스라엘과 이란의 리더십 모두 보복의 악순환이라는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국내정치적 환경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 연립정부 지지율이 여전히 야당보다 낮지만,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격차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20일 보도했다. 네타냐후 개인 지지율도 37%로 소폭 상승해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 차이가 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두려움. 네타냐후가 전면전을 피하면서 이란을 저지한다는 인식이 네타냐후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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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 앞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무장세력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친척과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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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네타냐후의 ‘정치생명 부활’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자 지구 공격으로 여전히 국제적으로 비난 받고 있고, 반정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통해 역내 동맹들에 세력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메네이는 21일 이스라엘에 맞서 작전을 수행한 이란군에 감사를 표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이란이 그 작전에서 의지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군사 혁신을 추구하고 적의 전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후폭풍을 고려하면 실리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이란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19일 “하메네이의 기본 정책은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고 체스판의 말처럼 중동 전역의 대리 그룹을 전략적으로 조종하는 것이었는데, 지지자들의 요구에 영향을 받아 복수를 강조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역 체스판에서 하메네이의 말들은 활동하지 않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도 했다. 킹이 직접 나서면 폰이 움직일 공간은 제한되고, 감수해야 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본토 밖서도 포화 계속



중앙일보

친이란 무장단체연합이 거주하는 이라크 군사기지가 있는 바그다드 남부 바빌론에서 불과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는 모습이 20일 UGC 비디오에 올라왔다. 이 군사기지에는 이라크 인민동원군(하시드 알사비)이 주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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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 인근 국가에선 포성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제트기는 전날 밤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건물 등을 공격했다.

19일엔 시리아 남부 지역 군용 레이더를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고, 같은 날 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남쪽 칼소 군사기지에서도 폭격이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칼소 군사기지에는 과거 친이란 민병대였다가 현재는 이라크 정규군으로 통합된 인민동원군(PMF·하시드 알사비)이 주둔해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연루 여부를 부인했다.

백일현·박소영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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