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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전쟁으로 공급 10% 부족" …유가 끌어올릴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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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발사한 요격 미사일이 이란으로부터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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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ㆍ이란 분쟁이 국제 유가를 부채질하는 가운데 국내 국책연구기관에서 최악의 두 가지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배럴당 210달러까지 솟구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원)은 이란이 ①원유 수출을 금지하거나 ②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시나리오를 최악의 경우로 예상한다.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을 줘 원유 가격을 급등하게 할 요인이라서다.

중앙일보

김경진


이란의 원유 수출 금지가 최악의 변수로 꼽는 건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영국 산업단체 에너지인스티튜트(EI)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원유 공급량 중 4.1%를 차지했다.

또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란뿐 아니라 주요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해상으로 수출할 때 이용하는 통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원유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알리레자 탕시리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지난 9일(현지시각) “적이 우릴 방해한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에경연은 두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라도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원유 공급이 10% 넘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추정치는 역대 최대다. 에경연에 따르면 과거 가장 피해가 컸던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엔 전 세계 원유 공급이 9%가량 부족했다.

당시 원유 가격은 약 15달러에서 40달러로 2.5배 넘게 솟구쳤다. 이에 따라 앞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불거진다면 현재 배럴당 85달러 수준(브렌트유 기준)인 원유 가격이 2.5배 넘게 올라 210달러를 웃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에경연의 분석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어날 확률이 낮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이 수출 대부분(56%가량)을 원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유 수출을 직접 중단하거나 수출길을 막는 건 자해 행위다. 무엇보다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이란을 편드는 중국 등 동맹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윌리엄 피게로아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역사학과 교수는 CNN에 “중국은 지난 10년간 이란의 가장 큰 무역 상대였으며, 이란이 수출하는 석유의 90%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현재 단기적인 원유 가격 흐름에 반영됐다. 실제 브렌트유 가격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지만, 지난 19일 87.29달러로 내려와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안심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에경연은 최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시뮬레이션한 뒤 지정학정 리스크를 고려해 올해 원유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배럴당 83달러 정도에서 83~85달러로 올렸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과 이란이 주고받고 있는 군사적 타격 과정에서 원유 공급 시설을 훼손한다면 이 역시 원유 가격 급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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