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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에듀플러스]〈칼럼〉22대 총선과 '교육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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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교육소비'. 22대 총선을 교육관점에서 본 관전평이다. 역대 가장 치열했던 선거는 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필자는 총선 전부터 각 당의 교육 정책이 궁금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생, 지역균형발전, 양극화 등 국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거의 모든 문제가 교육에서 비롯됐기에 정치권의 해결책을 기대했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어떤 정당도 직면한 교육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촘촘한 돌봄·교육환경 구축과 3자녀 이상 대학 등록금 전액 무상 지원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립대·전문대 전액 무상교육, 4년제 사립대 등록금 반값 인하를 공약했다. 조국혁신당은 소득별 장학금 확대와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기회 증진을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첨단산업인재양성,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거점국립대 100% 정시선발, 지방 기숙형 학교 확대 등 다소 차별된 정책을 담았다. 주요 정당의 교육 정책 특징은 돌봄 강화와 무상교육 등 교육 복지였다. '헬조선'의 원인을 제공한 경쟁교육 완화방안은 없었다.

이번 총선은 정치의 '교육소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교육소비'란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육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라고 '교육소비'의 저자 이종승이 제시한 개념이다. 필자가 이번 총선이 정치의 '교육소비'의 전형이라고 진단한 건 '조국 사태'를 불러온 교육시스템 개선에 대해 당사자인 조국 대표는 물론 다른 정당도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데 있다. 온 국민을 반으로 갈랐던 '교육의 공정'은 마땅히 총선에서 거론돼야 했다. 친구가 적이 아닌, 협력하면서 동반 성장을 이끄는 교육시스템 도입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었다. '막말'로 상대방을 저격해 승리를 쟁취하려는 정치꾼들의 '정치소비'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경쟁 교육시스템의 폐단이 정치까지 확장된 현실에 안타까운 심정이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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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교육소비'는 K-에듀를 만드는데 심각한 걸림돌이다.

BTS의 리더 RM은 “K는 프리미엄 라벨로 우리 조상이 피땀 흘려 쟁취한 품질보증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K 전성시대라 할 만큼 기성세대의 노력과 MZ의 창의력이 어울린 다양한 콘텐츠는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K-에듀는 아직 잉태되지도 않았고 이대로 가면 교육에 프리미엄 라벨인 K를 붙일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이 생각은 총선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한 방송사의 교육 토크쇼에 참관하고 굳어졌다. 옥스퍼드대 입학처장을 지낸 조지은 교수는 “옥스포드대는 90점을 넘는 학생은 93점이건 95점이건 같은 레벨로 보고 누가 더 가능성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뽑는다”고 했다. 반면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 입시는 말썽을 안 일으키는 공정성에 중점을 둔다”고 솔직히 말했다. 양국을 대표하는 대학의 전혀 상반된 입학 기준에 부산대 총장을 역임한 필자도 책임감을 느꼈다. 서울대의 공정에 입각한 입학 기준은 오 전 총장이 언급한 “서울대 공대 졸업생은 입사 3~5년 뒤에 퇴사하고, 문과대의 1/3~1/2은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펙 보다 창의와 도전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서울대가 학생의 가능성에 주목하지 못하는 건 '눈에 나타나는 점수보다 가능성을 평가한 교수를 믿을 수 없다'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여론 때문이다. 이 생각이 바뀌려면 '주관적 평가도 객관적 평가만큼 정확하고 공정하다'는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쌓여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가야 하는 길이다. 그 물꼬를 정치가 터야 한다. 정치의 '교육소비'는 프리미엄 라벨 K-에듀 성립에 역행한다.

전호환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동명대 총장 chunahh@tu.ac.kr

◆전호환 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동명대 총장=부산대 총장,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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