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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깊이 40m에 고속도로… 가상 운전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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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재현율 90%, 주행 시뮬레이터

지하고속도로 안전성 평가에 사용

고속도로를 시속 120km로 달렸다. 이후 차량은 부산 승학터널로 들어갔다. 부산시 사상구 엄궁동~중구 중앙동 깊이 40m 아래 설치될 터널이다. 길이만 7km에 달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터널의 끝은 하나의 점이 됐다. 새로운 경험도 잠깐이었다. 달리다 보니 갑갑함이 몰려왔다. 앞에는 두 대의 차량이 나란히 달리고 있어, 추월할 수도 없었다.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종료음이 흘러나오자 주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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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도로주행 시뮬레이터에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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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 날 정도" 현실감…시뮬레이터, 지하고속도로서 다양한 상황 연출
17일 찾은 경기도 동탄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의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실험센터. 기자가 체험한 이 시설은 가상현실(VR) 기술로 운전자의 실제 운전상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시뮬레이터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도로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도로교통연구원이 카레이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뮬레이터는 90% 수준의 재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도 시뮬레이터 안에서 차멀미와 터널에서의 답답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게 설계한 도로주행 시뮬레이터는 운전자의 뇌파, 안구 움직임, 맥박 등 생체 정보를 데이터화 해 도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지하 고속도로의 실제 상황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시뮬레이터에서 구현하는 시나리오는 터널 입구의 정체 상황, 터널 안에서의 사고 상황, 터널 출입구에 안개가 끼는 상황 등 7가지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이 같은 상황에서 운전자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를 체험할 때 달려본 부산 승학터널도 시뮬레이터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승학터널은 지하 고속도로 계획안에 따라 앞으로 지을 도로다. 승학터널은 시공 단계에서 설계변경이 이뤄져, 시뮬레이터로 안전성 검사가 이뤄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승학터널은 지장물로 인해 설계변경을 했다"며 "설계변경된 터널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뮬레이터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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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주행 시뮬레이터 모습. [사진=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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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터, 운전자 안전부터 자율주행, 음주운전 등 다양하게 활용
지하 고속도로 개통에 대비해 시뮬레이터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지하 고속도로는 지하 40m 이상 깊이에 지어지는 도로로, 일반 고속도로와 다른 안전 설비가 필요하다. 운전자는 지하에서 장시간 운전할 경우 폐쇄감이나 압박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지하 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연기로 인해 앞 차량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연쇄 사고가 이어질 수도 있다. 시뮬레이터는 이 같은 상황을 가상으로 연출해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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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주행 시뮬레이터 안에 차량이 있다. 시뮬레이터는 차량에 타고 운전을 시작할 때 작동된다. [사진=박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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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지하 고속도로에 필요한 시설을 제언할 수 있다. 예컨대 시뮬레이터로 운전자가 지하 고속도로에서 피로도를 가장 많이 느끼는 구간을 찾아 조명 등을 설치하는 식이다. 이 같은 연구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이달부터 진행되고 있다. 시뮬레이터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시설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도로주행 시뮬레이터는 도로공사 연구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도로공사는 시뮬레이터를 통해 자율주행, 음주운전 등 다양한 연구를 민간과 진행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뮬레이터 실험센터에서는 1년에 15건 정도 민간과 실험을 수행하고 40~50건 방문·견학이 이뤄지는 등 민간에도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시뮬레이터를 보다 고도화할 계획도 밝혔다. 시뮬레이터로 자율주행 상황을 구현해 추돌을 방지하는 등 차량 간 상호 관계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또 도로교통연구원과 LG인공지능연구소는 이달 말부터 운전 시 음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운전자 100명에게 시뮬레이터로 음주운전을 시켜 이들의 표정과 생체 정보를 가지고 음주 여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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