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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망 공동 구축해 통신사 돈 아꼈는데 왜 5G 요금은 안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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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세대(5G) 이동통신 전파 발사를 앞두고,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사 네트워크담당 임원들이 기지국 설치 현장을 찾아 성공을 기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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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가 ‘농·어촌 5세대(5G) 이동통신 공동이용 계획’의 마지막 3단계 상용화를 개시해 5세대 이동통신(이하 파이브지)의 전국망 구축이 완료됐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낸 보도자료 내용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3단계 상용화는 52개 군에 소재한 432개 읍·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올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는데, 2개월 앞당겨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농어촌 파이브지 공동이용이란 이동통신 3사가 전국 농·어촌 지역을 나눠 각각 이동통신망(이하 망)을 구축한 뒤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독자 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선 다른 사업자 망을 로밍해(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4월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 3사는 농어촌 지역에도 파이브지 서비스를 조속히 제공하기 위해 ‘농어촌 파이브지 공동이용 계획’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상용화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농·어촌 지역은 도시에 비해 이동통신 트래픽(데이터 통화)이 많지 않다. 따라서 지역을 나눠 망을 깐 뒤 공동으로 이용하면 투자 효율성은 물론 환경 보호 및 자원 절감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다만, 이동통신 소비자 쪽에서는 한가지 의문이 든다. 이동통신 3사는 농·어촌 지역 망 공동 구축·이용으로 설비투자를 크게 절감했을텐데, 왜 요금 조정을 통해 설비투자 절감 분을 소비자와 나누지 않고 혼자 꿀꺽 하느냐이다.



이동통신 3사는 엘티이(LTE)와 파이브지 등 새 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요금을 한껏 높였다. 각각 기존 세대 서비스에 견줘 요금이 2~3배 높게 요금제를 설계해왔다. 사업자들은 “통신 특성상 투자가 서비스 초기에 집중된다. 투자 재원 마련과 회수를 위해서는 새 서비스 초기 요금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이동통신사 편을 들어 이를 묵인했다.



파이브지 상용 서비스는 2019년 4월 시작됐다. 과기정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파이브지 공동이용 계획이 발표된 게 2021년 4월이니, 파이브지 상용 서비스 시작 당시에는 이동통신 3사 모두 각자 전국에 망을 구축한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요금제를 설계했다고 봐야 한다. 이동통신 3사 모두 상대적으로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까지 독자 망을 구축해 운용하는 것을 전제로 투자비를 산출해 요금을 산정했고, 그 결과 엘티이에 견줘 2~3배 높게 책정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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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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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된 1·2단계 것까지 합치면, 이동통신 3사의 파이브지 망 공동 구축·운용 지역은 더 넓어진다. 과기정통부 발표를 보면, 이동통신 3사가 단독으로 망을 구축한 곳은 85개 시 행정동 및 일부 읍·면 지역 뿐이다. 면적으로 치면 공동 구축·이용 지역이 단독 망 운용 지역보다 훨씬 넓을 수도 있다. 이동통신 3사 쪽에서 보면, 그만큼 망 투자·운용비를 절감한 셈이다. 이른바 ‘공정’ 잣대로 보면, 망 공동 구축·이용을 통해 절감한 투자비는 요금제 재설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



엘티이·파이브지 요금제 재설계 요인은 또 있다. 이동통신사의 회계기준을 보면, 이동통신 설비 감가상각 기간은 장비 종류에 따라 3~8년이다. 회계기준대로라면, 엘티이 망은 감가상각 기간이 끝나 회계상 원가는 제로(0원)이고, 파이브지 망 장비의 감가상각 기간도 상당부분 지나갔다. 망 운용비와 유지보수비 정도만 원가로 남은 꼴이다. 이동통신 사업의 특성상 투자비가 서비스 초기에 집중돼 요금을 높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대로라면, 농·어촌 지역 망 공동 구축·이용으로 절감된 투자비와 감가상각으로 낮아진 원가만큼 요금을 낮춰야 하는 게 맞다.



이런 지적은 이동통신사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을 걱정한다고 하면서 왜 이동통신사에 원가 공개를 요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비록 이동통신사 몸담고 있지만, 아파트 원가 공개 이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제4 이동통신사가 이동통신사들과 로밍료와 상호접속료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엘티이·파이브지 요금제를 재설계할 생각이 없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 요금은 원가로 정하지 않는다. 가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누리는 편리함과 혜택을 따져 정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감가상각에 따라 원가를 따져 엘티이 요금을 내리는 구조였다면, 파이브지 요금은 훨씬 더 높게 책정됐을 것이다. 사업비밀이나 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요금제를 재설계하겠다고 하면, 투자자 쪽에선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업무를 처리할 때 공평하고 신속하며 정확하게 하여야 한다’(3조 2항),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3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은 4조4013억원에 달했다. 2022년 4조3834억원에 견줘 0.4% 증가했다. 이동통신 3사는 5년째 이어지 4조원 넘는 영업이익으로 화려한 배당·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반면 파이브지 품질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에도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설비투자)는 줄었다. 또한 국민들은 가계통신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추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한 1조248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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