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16일(현지 시간) 애로 부대를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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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단독 플레이는 아니었다. 미국의 탐사 전문매체인 인터셉터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은 물론 영국ㆍ프랑스ㆍ요르단이 참여한 다국적 연합 방공 작전을 사실상 지휘했다. 이란의 드론ㆍ순항미사일ㆍ탄도미사일 330기 중 절반이 비행 도중 기술적 문제를 겪었으며, 미국이 남은 160여기 중 과반을 격추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으로 입은 피해는 경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의 탄도미사일 9기가 이스라엘에 탄착했고, 이 중 5발은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 떨어져 C-130 수송기 1대가 파손됐다. 사용하지 않는 활주로와 빈 창고도 부서졌다. 나머지 4발은 네게브 공군기지에 낙하했지만, 별 손상은 없었다.
김주원 기자 |
이스라엘 혼자 해낸 것도 아니었고 요격률 100%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이번 방공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 사령관은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기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이후 전훈 분석을 하면서 철저하게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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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산 미사일로 쌓은 방공망
그리고 배경엔 이스라엘의 5중 방공망이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ㆍ하마스ㆍ후티 반군ㆍ시아파 민병대(이라크ㆍ시리아)로부터 드론과 로켓, 미사일 공격을 계속 받으면서 이스라엘은 이들 방공망을 촘촘하고 단단하게 다듬었다.
애로-3 요격체(왼쪽)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순간. M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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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방공망에 집착하다시피 한 계기는 1991년 걸프 전쟁이었다. 사담 후세인은 이스라엘을 전쟁으로 끌어들여 아랍 연합군을 와해하려고 모두 43기의 스커드 미사일로 이스라엘로 쐈다. 13명의 사망했고, 화학탄두가 들어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이스라엘은 갓난아기까지 방독면을 씌워야 했다.
이후 미국으로부터 자금과 기술을 받아 이스라엘은 자국산 미사일로 방공망을 쌓아왔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 오긴 했지만, 고고도에서 저고도에 이르는 하늘을 이스라엘제 미사일로 방어하려고 한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 이스라엘제 미사일의 인기가 높다. 아무래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로 날아오면 애로-3가 고도 100㎞ 이상에서 일차적으로 방어선을 친다. 그리고 고도 50~100㎞ 구간은 애로-2가 담당한다. 애로-2 3개 포대와 애로-3 1개 포대가 전체 이스라엘을 커버한다.
애로-2와 애로-3의 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방위산업 업체인 보잉이 도왔다. 보잉은 미국 미사일방어망(MD)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지상 기반 중간 단계 방어(GMD)를 만든 회사다. 1989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24억 달러의 개발비가 들어갔는데, 이 중 50~80%가 미국에서 대줬을 것으로 보인다.
애로-2. M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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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전은 지난해 10월 31일 치렀다. 당시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을 애로가 격추했다. 그것도 대기권 밖에서였다. 우주에서 벌어진 최초의 전투로 여겨진다고 영국의 신문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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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도입을 검토한 애로
애로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면서 2010년대 이스라엘의 애로를 사오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국산 미사일 개발론이 힘을 얻으면서 없던 일이 됐다. 대신 애로의 레이더인 그린파인 레이더를 수입했다. 지난해 9월 28일 독일은 이스라엘의 애로-3를 40억 유로에 계약했다.
다윗의 돌팔매. MDA |
이스라엘 방산 기업인 라파엘과 미국의 레이시온이 공동 개발한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는 다윗이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 성경 고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고도와 저고도 사이인 고도 10~50㎞를 다윗의 돌팔매가 메운다. 2018년 7월 23일 시리아가 발사한 OTR-21 토치카(SS-21)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다윗의 돌팔매 요격체는 스터너는 최고 마하 7.5까지 날아가며 적 미사일을 때린다. 앞부분이 돌고래의 머리를 닮았다. 광학 센서와 레이더를 탄두부에 한꺼번에 넣기 위한 디자인이다.
고도 20㎞ 아래를 맡은 방공 무기는 스파이더(고도 9~16㎞)와 아이언돔(고도 3~10㎞)이 있다. 이스라엘이 독자개발한 파이선-5와 더비 공대공 미사일을 지대공으로 개조한 게 스파이더다. 원래 수출용으로 만들었는데,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을 시작한 뒤 다양한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도 도입했다. 인도, 조지아, 페루, 아제르바이잔, 싱가포르, 베트남, 에티오피아, 체코, 필리핀, 모로코 등이 스파이더를 들여왔거나 계약했다.
아이언돔은 드론이나 순항미사일, 로켓탄, 박격포탄 등을 요격한다. 고성능 레이더 1식과 20발들이 미사일 발사기 3개가 하나의 포대로 짜여있다. 이스라엘 전역에 아이언돔 포대가 11개 이상 배치됐다. 요격률 90%를 자랑하는데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로켓탄 6000발 일제 사격에 과부하가 걸려 상당수를 놓쳤다.
1월 15일 이스라엘 아이언돔이 가자 지구에서 쏜 로켓탄을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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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아이언돔이 없었다면 사망자와 부상자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초계함에 아이언돔의 해상판인 시돔(C-Dome)을 달았다. 미국은 태평양의 괌 방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알아보려고 아어언돔을 테스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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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 중반에 완성하는 한국 방어망
한국과 북한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유심히 관찰했다. 특히 이란이 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에마드(Emadㆍ최대 사거리 1700㎞)엔 북한 기술이 녹아있다. 에마드는 북한 노동 미사일의 설계를 바탕으로 이란이 만든 샤하브(Shahab)-3의 개량형이다.
김경진 기자 |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는 2024년 현재 미완성이다. 고도 15~40㎞는 패트리엇이, 15~20㎞는 천궁Ⅱ가 담당한다. 고도 40~150㎞는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방어한다. 다층의 방어망을 중첩하지만, 좀 느슨한 편이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이면 고고도를 맡은 L-SAM(40~70㎞)Ⅰ과 Ⅱ(40~150㎞), 요격 고도가 높아진 천궁Ⅲ(15~40㎞)가 각각 나오면 독자적 방공망이 더 단단해진다. 여기에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까지 배치되면 비교적 촘촘한 미사일 방어망을 완성하게 된다.
2023년 6월 공개한 L-SAM의 탄도미사일 요격 시험. 국방부 |
이쯤 되면 이스라엘 못잖은, 아니 더 나은 방공망이 될 수 있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이번 이스라엘과 미국 등의 요격 체계가 성공적으로 작동한 것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아랍국가에서 알려준 공격 징후로 준비를 한 뒤 공격 개시 후 빠른 탐지와 전장 지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유사시 북한의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공격 개시 후 효율적인 방어를 위한 지휘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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