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란 재보복 결정 앞 분열·반목 일시 중단
"이란 위기 완화 후엔 내각 내 긴장 다시 고조될 것"
14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 후 이스라엘 전시 내각 |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 주재 영사관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13일 드론·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엿새 만인 18일 이란 중부 이스파한을 타격하며 재보복을 감행했다.
이처럼 가자 전쟁 국면에서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들어선 전시 내각의 구성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그의 정치 라이벌 등 단 5명에 불과하다.
전시 내각을 굴리며 분열과 반목을 숨기지 못한 이들은 일단 이란에 대한 '절제된' 재보복으로 일시적으로 갈등을 봉합한 듯 보이지만 파열음은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 내각 5인은 가자지구 군사작전,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교전 등 중대 문제들에 최고 권위를 행사한다.
핵심 구성원은 네타냐후 총리와 야당 국민통합당 대표인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 집권여당 리쿠드당 내 네타냐후 총리의 경쟁자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3명이다.
최근 5번의 선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맞붙었던 간츠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지지율이 높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해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네타냐후 정부의 시도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나머지 두 명은 옵서버로,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론 더머 전략담당 장관, 간츠 대표와 같은 국민통합당 소속 의원인 가디 아인제코트 전 군 참모총장이다.
정치권 대립이 심하지 않았다면 전쟁 발발 몇시간 만에 기존 안보 내각으로 상황을 관리했겠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논란으로 분열이 심하던 시기를 노렸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이 치솟았고 닷새 만에 군사 작전을 지휘할 전시 내각이 꾸려졌다. 극우파 장관 등 12명 이상이 참여하며 기밀 유출로 악명이 높았던 기존 보안내각을 대체한 것이다.
전시 내각은 텔아비브 군 본부 내 보안이 철저한 워룸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은 채로 모여서 상황을 논의한다.
적대감으로 반목했던 이들은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일단은 갈등을 묻어두기로 한 듯 보인다.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 나다브 슈트라우츨러는 "이 5명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가장 중요한 결정 3∼4개 중 하나가 될 결정에 직면했던 것"이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친구가 아니라 라이벌"이라며 "지금까지는 그것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군사 기지에서 기자회견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가운데),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
하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시 내각 내부에서는 분열이 계속돼왔다.
가령, 갈란트 장관은 전쟁 첫주 이스라엘에 전투기를 보낸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격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간츠 대표와 아인제코트 전 참모총장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종종 특정 조치를 연기한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간츠 대표와 아인제코트 전 참모총장, 갈란트 장관은 내각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아인제코트 전 참모총장은 지난 2월 전시 내각은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3월 초에는 간츠 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사전 승인 없이 미국을 기습 방문하면서 전시 내각의 내분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당시 간츠 대표가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간츠 대표는 오는 9월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는 중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가자지구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전투 강도가 완화하기 시작하고 정치적으로 더 많은 문제가 부각되면서 분열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징집, 전후 가자지구 통치 구상 등을 놓고도 이들의 불협화음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다 이란의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이 발생했고, 이는 그동안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렸던 전시 내각이 평소의 반목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했다는 게 플레스너 소장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란과의 위기가 누그러들고 나면 전시 내각 내의 긴장은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시 내각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그들은 확실히 서로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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