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19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여러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라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에 보복 공습을 단행하자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으로 올랐고 코스피는 1.63% 하락한 2591.86까지 내려앉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환율 전망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총재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미국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지연된다는 자료가 나오기 시작하며 우리 뿐 아니라 아시아 환율이 동반 약세”라며 “우리가 일본과 같이 현재 상황에서 원화 절하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런 의견을 공유하며 환율이 안정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개입 이후 안정된 환율이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하며 흔들렸는데, 확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며 다시 안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중동 리스크 확대에 대한 유가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우리처럼 석유 소비가 많은 나라는 중동 향방에 따라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확전이 안 된다면 유가가 더 올라가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 생각으로는 환율도 다시 안정 쪽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미국이 2022년 중반 0.75%포인트씩 4번이나 연달아 금리를 올리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시장에서 6번 정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다 이제는 한두 번이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우리 상황은 독립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라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평균 2.3%까지 내려가느냐에 확신을 못 하는 상황인데, 이를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저출산 극복 예산 등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여야에 관계없이 현재 재정이 좋다고 하더라도 고령화로 인한 복지비용을 고려하면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출산 등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구조 조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부정적으로 봤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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