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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1400원 터치한 환율…급등·급락 롤러코스터 왜?[이슈Re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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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의 이슈 Replay]

[편집자주] 지난 한 주 동안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머니투데이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이슈'만 선별해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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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1400원을 넘긴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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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까지 소환될 정도의 긴박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역사상 4번째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터치했기 때문입니다. 외환당국 수장들이 연일 구두개입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진정세를 보이는 듯했던 외환시장은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에 대한 추가 보복 공격으로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중동발 악재에 역사상 4번째 1400원 찍은 원/달러 환율

지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오른 1382원 급등 출발했습니다. 주말 사이 전해진 이란의 이스라엘 대한 보복 공습 영향이었습니다.

이란은 13일(현지시간) 자정쯤 이스라엘에 무장 무인기(드론)와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에 이뤄진 보복 공격으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은 요동쳤습니다. 가뜩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후퇴 속에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까지 덮치면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는 하락했고 미국 달러화와 국제유가는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달러화 강세에 원화는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16일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은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까지 오른 건 2022년 11월 이후 1년5개월 만으로 앞서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고강도 긴축기 등 단 3차례뿐이었습니다.


한일, 한미일 '공동 구두개입'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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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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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란 외환당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찍자 국장 명의 공동 구두개입을 내놓았습니다.

이어 두 기관 수장들이 나섰습니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스지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면담한 뒤 양국 재무장관 명의의 '공동 구두개입'을 실시했습니다. 나란히 자국 통화 절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나섰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있으며 그렇게 할 여력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날엔 미국 재무장관까지 동원됐습니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사상 처음으로 열린 한미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 최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이에 옐런 장관도 "인식을 같이한다"고 공감대를 표시했습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지난 16일 장중 한때 터치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386.8원으로 내리더니 지난 18일에는 1372.9원까지 하락했습니다. 이틀 간 원/달러 환율 낙폭인 21.6원은 지난해 12월14~15일(23.4원) 이후 2거래일 기준 최대 낙폭이기도 합니다.


환율 불안 '현재진행형'…1400원 재돌파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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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현지시간) 워싱턴 재무부에서 열린 제1차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AFP=뉴스1)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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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재반격에 나선 것입니다.

이 소식에 외환시장은 다시 출렁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오전 장중 한때 1393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이틀 간의 하락분을 단숨에 없던일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육군 항공대 기지 등이 있는 곳을 공격하되 민간인과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피하는 '제한된 방식'의 보복을 취하면서 확전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고위관리도 이번 공격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모습을 취했습니다.

외환당국은 다시 한번 움직였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전(현지시간 18일 밤)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부서울청사와 화상연결을 통해 기획재정부 주요 간부들과 '긴급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 펀더멘탈과 괴리된 과도한 시장 변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1382.2원에 길었던 한주를 마감했습니다.

한동안 환율 변동성 장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키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향후 중동사태 추이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환율 1400원 재돌파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더라도 지속적으로 1400원선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단순 정량적 평가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이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1420~1480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입장에서 희생을 감수하며 싸워줄 친구들이 있느냐를 봐야 하는데 대선을 앞둔 미국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골치가 아픈 유럽이 이란을 공격하는데 앞장서기 어렵고 이란 역시 중동 안에서 동맹국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약 이스라엘이 독단적으로 보복에 나서더라도 장기전, 국제전으로 번질 위험이 낮다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기더라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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