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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 '위험한 교과서' 결국 통과…식민지배·위안부 싹다 왜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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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이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우익 성향의 교과서를 19일 통과시켰다. 이날 레이와(令和)서적의 중등 역사교과서 2권이 이례적인 ‘추가’ 합격으로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해 내년도부터 학교 교과서로 쓰일 수 있게 된다. 일본 교과서는 초·중·고 단위별로 4년마다 한 번씩 개정되는데, 최근 10여년 사이 ‘가해의 역사’를 희석시키는 수정주의적인 기술이 강해지는 추세다. 실제로 이번 레이와서적의 검정 통과로 일본 우익 사관을 담은 역사 교과서는 10종 중 4종으로 늘어났다.

레이와서적 역사교과서는 일본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위험한 교과서’로 분류된다. 시민단체들은 전쟁과 식민지배 등 역사를 왜곡한 후쇼사 교과서가 문부성 검정을 통과한 2001년부터 위험한 교과서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합격을 받은 레이와서적 역사교과서에서도 식민지지배, 한일병합에 대한 미화가 대거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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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레이와서적의 역사 교과서 내용. 레이와서적은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지 못하자 이를 서적으로 출간해오고 있다. 사진은 교과서를 그대로 실은 일반 서적. 김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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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하는 '위험한 교과서'



특히 일제강점기에 대한 서술에서 왜곡된 표현이 많았다. 해당 교과서는 “안전보장을 위해 조선반도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일본이 주도해 조선의 근대화를 진행하고자 했다”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보호조약 체결에 있어 대한제국 고종황제는 조선이 실력을 갖췄을 때 조약을 철회하다는 뜻을 덧붙여 쓰도록 요청하자, 이토 히로부미가 가필했고 황제가 만족했다”고 기술했다. 당시 대한제국이 재정 파탄상태로 일본이 ‘무이자, 무기한 재정지원’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많은 학교를 개설해 일본어와 함께 당시 사용빈도가 줄어들고 있던 한글문자 교육도 행했다”면서 조약 체결의 불법성은 외면한 채 ‘식민지 시혜론’을 내세웠다.



종군 위안부 문제도 왜곡



위안부 문제도 왜곡해 기술했다. 레이와서적은 ‘다시 문제 삼는 한국의 청구권’이란 이름의 글에서 “일본군이 조선 여성을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은 없으며 보수를 받고 일했다”고 주장했다. 종군기자와 종군간호사처럼 “종군”했을 뿐,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이 배상 청구를 포기했지만 “한국이 청구권 문제를 다시 문제 삼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위안부 문제는 『나의 전쟁범죄 조선인 강제연행』을 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거짓 증언’을 담은 오보가 일본 언론에 보도되면서 재점화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1993년 당시 관방장관이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가 이른바 ‘고노 담화’를 통해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사실조차 부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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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술하고 있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들. 김현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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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 주장도 이어졌다. 교과서는 “일본 점령이 해제되자 한국은 이승만 라인을 일방적으로 선언해 다케시마(竹島·일본 주장 독도 명칭)를 점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조선왕조가 다케시마를 영유한 사실은 없다”면서 “에도시대 일본 어선 등 정박지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입장과 동일하게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 영토로 한국은 현재도 불법 점거를 계속해 다케시마 문제는 미해결인 상태”라고 기술했다.



이례적인 추가합격…시민단체 반발



우익 교과서로 분류되는 레이와서적의 추가 합격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당초 지난달 22일 중등 교과서 검정 대상에 포함됐지만 발표 직전 유보된 뒤, 약 한달만에 추가 합격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문부성은 이날 추가 합격에 대해 “정보관리 상황 등에 대해 확인을 한 결과 합격 결정을 했다”는 입장만을 내놨다. 앞서 교도통신이 레이와서적에 대한 문부성의 유보 결정에 대해 “정보 사전 누출로 인한 것”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레이와서적이 역사교과서 검정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부터다. 불합격통보를 받자 레이와서적은 교과서가 아닌 일반 서적으로 냈다. 이후 2020년, 2021년까지 다섯차례 도전해 이번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비록 일본 내 우익 교과서 채택률이 높지 않지만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위험한 교과서 검정 통과를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레이와서적의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1944년 이후 사람들로만 한정해 합법적 취업이었음을 주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일본 정부는 지나간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면 미래 평화와 동반자 관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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