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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이 끝난 지 9일 만인 19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여야 협치의 '물꼬'가 트였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다음주 용산에서 만나자"고 전격 제안하면서 영수회담도 곧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두 사람이 만나면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이래 첫 영수회담이 된다.
이날 두 사람 간 통화는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에게 연락한 뒤 성사됐다. 이 실장이 오후 1시께 천 의원에게 연락해 통화를 제안했고, 양측이 시간을 조율해 오후 3시 30분께 5분가량 통화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한 만큼 양측이 사전 협의해 날짜와 참석 범위, 대략적인 의제를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가 조금 빨리 이뤄졌으면 통화도 만남도 빨리 했을 것"이라며 "인사 때문에 한없이 늦출 수는 없기에 통화하게 된 것이고,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부터 영수회담 개최 의지가 있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총선 후 국무회의 발언에서 영수회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6월 이후로 만남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한없이 기다리기보다는 만남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통화에서 '총리 인선에 대한 양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다음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크다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회담 성사를 알렸다.
그동안 이 대표가 8차례나 공개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본인이 만났을 때 야당 대표가 가진 사법적 리스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어떤 시그널이라고 국민이 이해한다면, 그건 대단히 언페어(불공정)한 것이 될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4·10 총선 패배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구조가 되었기에 야당에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마침내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영수회담은 다음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사의를 표명한 한 총리의 후임 인사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총리는 국회 인준 절차가 있기 때문에 범야권 동의 없이는 후임 인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힘으로 강행 처리에 나선 법안 문제도 안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제2양곡관리법, 가맹사업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민생 법안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선구제 후구상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처리,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수용 등을 우선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도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문제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 같다"며 "개헌은 22대 국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시급한 문제는 아니어서"라고 이야기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의제가 협의되는 대로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민생 현안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당에서 제기해왔던 여러 과제들의 범위 안에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인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고 그쪽에서 제안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누구를 제안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협치가 실종되고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된 근본적 이유 중 하나가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소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던 만큼 이번 첫 만남을 계기로 협치에 물꼬가 트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다.
반면 과거 영수회담 사례를 볼 때 실질적인 여야 협치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대정부 공세는 거칠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을 21대 국회가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추진에 정부·여당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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