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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피아니스트 임윤찬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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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쇼팽: 에튀드' 발매…"10년 동안 제 속에 있던 용암 토해낸 느낌"

"콩쿠르 때와는 음악 달라졌죠…무리했던 손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뭔가 10년 동안 속에 있던 용암을 인제야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 들어요."

새 앨범 '쇼팽: 에튀드'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19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발매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임윤찬은 현재 재학 중인 뉴잉글랜드음악원(NEC)이 있는 미국 보스턴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임윤찬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진정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다'는 소련 태생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의 말을 인용하며 "제 음악이 일곱 겹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임윤찬은 "쇼팽 에튀드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연습했던 작품"이라며 "꼭 이 나이에, 이 산을 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임윤찬이 클래식 명문 레이블인 데카(Decca)와 리코딩 전속 계약을 맺고 내는 데뷔 앨범이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첫 앨범이다.

앨범에는 쇼팽의 에튀드 작품번호 10번과 25번이 담겼다. 1833년 출판된 에튀드 10번은 12곡이 담겨있으며, 에튀드(연습곡)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도의 연주 기술을 자랑한다. 1837년 출판된 에튀드 25번 역시 12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높은 난도와 함께 풍부한 표현력을 요구한다.

임윤찬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알프레드 코르토가 쓴 '쇼팽을 찾아서'를 자주 읽었다고 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그는 과거에도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시피 읽었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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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
[유니버설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윤찬은 녹음 과정에 대해 "제가 연습한 걸 홀에서 하고 싶은 대로, 막 마음대로 쳤다"며 "그러다 가끔 쇼팽이 남겨놓은 텍스트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디렉터 분이 잘 잡아주셔서 밸런스를 잘 맞춰 녹음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스튜디오 (녹음의) 장점은 제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를 한 다음에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음반으로) 낸다는 것"이라며 "긴장도 하나도 안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한 것 같아 기분 좋게 끝냈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임윤찬은 곡을 연주할 때마다 철저하게 고민한다고도 했다.

"(피아니스트) 호로비츠가 '음표 뒤에는 항상 숨겨진 내용들이 있는데, 이걸 해석하는 사람들은 그 음표 너머에 있는 내용물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한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그걸 했을 뿐이고, 그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에튀드 곡들은 각각 개성이 강해 독립된 예술 작품의 성격을 띤다.

임윤찬은 "24개의 곡 캐릭터를 다 다르게 나누고, 한 곡의 심장이 어딨는지 파악한 뒤에 어떻게 연습해 나아갈지가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간담회에 앞서 낸 앨범 발매 자료를 통해 가장 연주하기 까다로웠던 곡으로 25번 중 7번 '첼로'를 꼽았다. 곡의 첫 두 마디를 연주하는 데만 7시간 넘게 연습했다고 한다.

그는 "'첼로'는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연주의 즐거움을 준다"며 "곡의 서사가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이어지는데 첫 두 마디에 내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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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 앨범 '쇼팽: 에튀드'
[유니버설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작품번호 25번 중 9번은 왼손 음을 아예 바꾼 마디가 있다고 했다.

임윤찬은 "이그나즈 프리드먼이 왼손을 완전히 다른 음악처럼 치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어서 저도 녹음할 때 아예 다르게 쳐봤다"며 "디렉터도 굉장히 즉흥적인 왼손인 것 같다고 해줬다"고 귀띔했다.

임윤찬은 곡을 치열하게 해석하지만, 연주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고도 했다.

그는 작품번호 10번 중 2번에 대해 "일본에서 5∼6번 쇼팽 에튀드 전곡 연주를 했는데, 어느 날은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치고 싶을 때도 있고, 어느 날은 페달을 10분의 1만 밟으면서 치고 싶을 때도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앞서 임윤찬은 쇼팽의 에튀드를 선택한 배경으로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근본 있는 음악가는 두 가지 타입이라며,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두려움 없이 표현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가볍게 유머를 던지는 음악가, 다른 하나는 연주를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음을 치자마자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라고 했다.

임윤찬은 "(근본 있는 음악가는)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대가 내린 축복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며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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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하는 임윤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중구 애플 명동점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 론칭 행사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하고 있다. 2024.1.29 scape@yna.co.kr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킨 임윤찬은 2년 전과 음악적으로 바뀐 점이 있냐고 묻자 "그땐 제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며 "콩쿠르라는 힘든 환경에서 제가 너무 딱딱했던 것 같고, 스스로 갇혀있다는 느낌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그때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고, 무대 위에서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며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달라져야만 하고, 제 입으로 얘기하긴 그렇지만 좋게 변화하고 있다"고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임윤찬은 지난달 손에 무리가 와 해외 공연을 보름간 중단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나았다고 했다.

그는 "1∼2주 쉬니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피아노를 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무리하면 또 아파질 수 있어 조절하면서 연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연습 시간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6시간 정도 연습한다"며 "이 앨범을 준비할 때는 하루에 12시간씩은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임윤찬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6월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연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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