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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매일 수억 적자"… 전공의 떠난 대형 병원 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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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이 흔들리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두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환자 수 감소로 수입이 줄어든 대형 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병원들은 비상경영 체제, 무급 휴가,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세계일보

서울아산병원은 19일까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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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은 19일까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빅5’ 병원 중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박승일 병원장은 단체 메일을 통해 “2월20일부터 3월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 났다”며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순손실은 약 46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직원이 참여하고 있는 고통 분담 노력이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교수님들께서도 진료 확대와 비용 절감 노력에 협력해달라”며 “학술 활동비 축소와 해외학회 참가 제한 등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비웠다. 세브란스병원도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주요 대학병원이 수술 축소 등으로 입원 환자가 크게 줄면서 병동 통폐합·응급실 축소 등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문을 닫는 지방 사립대병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방 사립대병원은 지방의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왔다.

세계일보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대학병원 안과 외래가 텅 비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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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천안병원, 충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등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병원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매일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지난달까지 500병상 이상인 전국 수련 병원 50곳의 전체 수입은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645억원)보다 약 4238억원 줄었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경우 의료수입액이 평균 224억7500만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현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 대학병원의 경영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지금 상황이 더 길어지면 교수들의 사직서의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의 압박으로 많은 대학병원들이 구조조정과 도산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보건의료계열·행정직군 등도 직장을 잃을 것이며 중증·응급 등의 분야에서 적절하게 환자들을 돌볼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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