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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의료공백 두달]강대강 대치 속 대화 실종…의료계, 협의체 참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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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증원 2000명" 고수 vs 의료계 "증원 백지화"

이달 말까지 의대 정원 확정돼야…의료계 "협의체 구성 반대"

뉴스1

정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4.4.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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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두 달째 이어지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야당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사회적 협의체 출범을 제안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선뜻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을 두고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히며서도 '의대 증원 2000명'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사단체는 증원 규모를 포함해 의료개혁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시작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월20일 6시 이후에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나오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올리면서 부터다. 이후 대학병원 곳곳에서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사직이 잇따랐다.

전공의들은 수련생 신분이지만 응급실, 수술방에서 수술 보조, 당직근무 등을 담당하면서 필수의료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병원을 이탈하면서 의료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수련병원 의대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밤샘 당직을 서며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웠지만, 의료공백을 메꾸기에는 부족했다. 병원도 입원 환자 수를 줄이고, 수술을 절반 가량으로 줄였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임의들도 지난달 1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더해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힌 의대 교수들은 집단으로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에 더해 의대 교수도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오는 25일은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민법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 후부터 사직 효력이 생긴다. 이들마저 떠나면 응급, 중증환자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밤샘 당직과 우울감으로 과의 교수들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직서 효력 발생과 동시에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됐다. 하지만 면담 후 박 위원장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하면서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각 대학들이 이달 말까지 2025년도 대학 입학 전형 계획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재개한다.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정례브리핑이 취소된 뒤 약 열흘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환자단체, 시민단체, 의사·간호사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특위에서는 의대 증원,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 등 의료개혁 과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에 정부, 여야,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현재까지 의료개혁 특위에 의협, 대전협 등 의사단체의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사회적 협의체를 꾸리는 것 대신 정부와 1대 1 혹은 적어도 의료계 인사가 많은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임현택 차기 의협 당선인은 "(특위) 참여 의사가 없다"며 "(의대증원 문제 등은) 정부와 일대일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개혁 특위와 별도로 의사 정원을 과학적 근거 기반으로 추계하는 의사인력수계추급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개혁 특위에서는 필수의료 등 논의할 사항이 많아 의사 수 추계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의료개혁 특위에서 의사 증원 수를 다루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 증원 수는 정부가 1년 유예하든, 원점재논의하든 먼저 발표를 해야 의대생,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고,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해야 특위에서 제대로 된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상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사 직역은 의협, 교수단체, 전공의단체, 의대생 단체 등이 들어가는 것이 맞으며, 단체 대표로 할지, 각 단체 추천인으로 할지도 추후 정해야 한다"며 "의료개혁 특위에는 국민도 들어가니, 의료에 중립적인 대표단체도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국회와 직접 접촉하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 위원장 등은 전날 개혁신당 이준석, 천하람, 이주영 당선인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은 연일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전공의 1360명은 지난 15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이들을 고소하고, 박민수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전공의들의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재검토와 군복무 기간 단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의협에서도 비교적 온건파인 의협 비대위의 임기도 이달 말 끝난다. 다음달 1일부터는 '강경파'인 임현택 당선인이 의협을 이끌게 되면서 정부와의 대화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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