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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양곡법 또 직회부…거야, 22대 국회도 독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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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다. 21대 국회 막판까지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 ▶한우 산업을 위한 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 소병훈 위원장의 개의 선언 후 5개 법안이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이었다. 소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1명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 의원 7명은 전원 불참했다.

양곡관리법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첫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이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2월 문구를 일부 수정한 ‘제2의 양곡법’을 농해수위에서 단독 처리해 법사위로 넘겼다. 이후 직회부에 필요한 ‘법사위 소요기간 60일’이 끝나자 해당 법안을 다시 농해수위로 가져와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이다.

새 양곡관리법엔 지난해 폐기된 양곡관리법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들이는 ‘시장격리제’를 목표 가격에 미달할 때만 매입하는 ‘목표가격제’로 바꿨다.



“양곡법, 거부권 땐 폐기” 알고도…야당, 주도권 잡기용 입법



중앙일보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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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를 두고 “지난번 법안보다 정부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과잉 생산, 쌀값 하락, 재정부담 증가를 불러오는 데다 일사부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다. 함께 본회의로 넘겨진 농수산물유통법엔 농산물 가격이 기준 가격에 못 미치면 차액을 보전해 주는 내용이 담겼다. 한우산업지원법은 한우 농가에 수급 조절을 위한 장려금과 경영개선자금을 주고 종합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날 농해수위에서 함께 직회부한 세월호특별법엔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금 지급 기간을 2029년 4월 15일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피해자분들께 10년간 90억원을 지원해 약 4000명이 수혜를 봤다”(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회의 직후 “법사위가 ‘괴물’ 같은 위원회라서 본회의 부의를 단독으로 처리했다”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올린 법안을 법사위가 쳐다보기만 하고 가만히 놔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의사 일정과 안건에 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국회법을 무시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법안 강행 드라이브가 정국 주도권을 움켜쥐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13조원을 풀라고 제안한 상황에서 또다시 농수산업 관련 법안 단독처리 수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입법권을 활용한 선심성 재정 살포를 시도하면서,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국 부담을 더하려는 ‘작전’에 돌입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3일엔 정무위원회를 열어 민주유공자법, 가맹사업법 등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범위를 늘리고 보상금을 선(先)지급하는 전세사기특별법은 지난 2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직회부 절차를 마친 상태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과 함께 ‘해병대 채수근 상병 특검법’ 등을 한꺼번에 5월 초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5월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법안에 대한 재의결 시도까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거부하면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재표결할 물리적 시간이 없다”며 “공포되거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두 가지 가능성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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