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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먹을만큼 먹었다" 증시 떠나는 미국 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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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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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연기금들이 미국증시에서 얻은 성과를 실현하면서 이른바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조정인데, 주식에서 거액자금을 빼내서 채권이나 다른 자산으로 옮기면서 수익률을 보전하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시스템(CalPERS, 캘퍼스)은 250억 달러를 주식에서 사모펀드와 사채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많은 주 및 지방 정부 자금 운용기관들이 대체투자를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연기금들은 리스크 헤지를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전략화한다. 이들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이유는 1분기에 지수들이 모두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사실상 꼭지점을 나타냈고, 이후로도 증시가 좀 더 오를 수는 있겠지만 일부 잠재적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그보다 훨씬 큰 하방 추락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연기금은 보수적이다. 가입자들의 은퇴후 미래에 수익률을 덧붙여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위험을 덜 감수 하고 해당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하는 본연적 성격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주가가 하락했지만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보다 고작 4.4%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월 말까지 지수가 대략 10% 상승하면서 2019년 이후 최고의 1분기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인해 기준금리는 수십 년래 최고치로 치솟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규모 은퇴 자금들을 운용하는 연기금에 포지션을 순환을 압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연기금들의 조정으로 인해 2023년 1910억 달러에서 올해 3250억 달러의 주식이 매매될 것으로 추정한다.

밀리만 수석 컨설팅 보험계리사인 조라스트 와디아는 "연기금들이 증시에서 힘들게 벌어들인 이익을 모두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그 사이에 떨어져버리면 자금을 돌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 근로자와 주정부, 지방정부 근로자를 위한 연금 기금은 2023년 말 기준 약 9조 달러 규모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임직원들의 퇴직금 옵션을 401(k) 유형의 퇴직연금 관리로 전환해 지난 20년 동안 연금을 저축하고 수익을 늘려왔다. 게다가 주 및 지방 정부 연금 제도는 대부분 신규 근로자들에게 열려 있다. 월셔 트러스트에 따르면 포트폴리오는 절반이 주식에, 15% 이상이 사모펀드와 기타 위험자산에 포진해 있다.

캘퍼스는 지난 3월 주식투자 비중을 42%에서 37%로 낮추면서 대신 사모펀드와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펀드는 이 두 자산 클래스가 향후 20년 동안 주식의 6~7% 수익률에 비해 7~8%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940억 달러 규모의 펀드에는 6월 현재 미래 연금 약속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자산의 약 72%가 포함돼 있다.

경찰, 소방관 및 기타 공공근로자를 지원하는 2,600억 달러 규모의 뉴욕주 공동 퇴직 기금(NYSCRF)도 주식 배분을 47%에서 39%로 줄였다. 이들은 최근 주법 변경으로 민간 시장 투자 한도가 늘어난 이후 이달 초 자금을 사모펀드와 부동산 및 실물 자산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마이클 롬바르디(Michael Lombardi) 자산 배분 담당 이사는 "이 모델은 새로운 자산 혼합에 대해 위험이 매우 낮고 수익률은 매우 약간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종류의 주 투자 기금인 80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영구 기금 공사(APFC)도 주식 위험을 줄이고 있다. APFC는 광물 수입과 기타 주 자금을 투자하며 혜택 지급 의무는 없다. 이 펀드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2023회계연도 자산의 36%에서 2025년 32%로 줄이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대신 채권을 20%에서 18%로 낮추려는 계획은 취소했다. APFC의 투자 책임자인 마커스 프램튼 (Marcus Frampton )은 "금리가 높다는 것은 여전히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에서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비자 물가 지수보다 5% 포인트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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