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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채상병 사건’ 회수 몰랐다는 이종섭, 대통령실이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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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해병대 예비역 연대와 ‘제21대 국회 채 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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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한 것에 대해 자신이 지시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동안 ‘사건 이첩 보류’와 함께 ‘사건기록 회수’ 지시도 위법한 게 아니라고 버티던 태도를 갑자기 바꾼 것이다. 4·10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자 말을 바꾼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대통령실밖에 없는데, 그럼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말인가.



이 전 장관은 17일 기자들에게 전달한 입장문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기록을 회수한 사실을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뒤 사후 보고를 받고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찰에 넘기겠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결재했다가 갑자기 번복한 뒤 해외 출장을 갔다. 그사이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면서 사건기록을 경찰에서 회수했는데, 이 사실을 출장에서 돌아온 뒤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사건기록 회수 지시’는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위로 꼽힌다. 경찰에 이첩된 사건기록을 협조공문이나 압수수색 영장 없이 회수하는 건 전례가 없다. 그동안 이 전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와 사건기록 회수를 모두 자신이 지시한 것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피의자 신분으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로 지명돼 출국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귀국했을 때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나를 빨리 수사하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총선 이후 특검 도입 가능성이 커지니 슬그머니 발을 빼는 태도를 보인다. 왜 이제야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55만 군장병을 지휘했던 전직 국방부 장관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건기록 회수를 지시한 곳은 대통령실일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에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한테서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엔 사건 회수 직전에 대통령실과 해병대 사령관 쪽이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새 공수처장 임명을 계속 미뤄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하더라도 기소는 검찰이 결정하기 때문에 공정한 처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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