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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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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PE 중복 지원 방지책이 고작 ‘차이니스 월’… 국민연금 대책에 업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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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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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투자자(LP) 중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출자 사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평가 기준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그룹사 동반 지원이다. 사실상 같은 회사(그룹사)가 다른 이름으로 신청한 뒤 돈을 타내면, 그룹사가 없는 중소형사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그룹사가 동시 지원하면 ‘정보 교류 차단’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점수를 매길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상반기 출자 사업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내부 사정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며 예년과 비교해 늦은 감은 있지만, 조만간 출자 사업 공고가 게시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대체투자 감사 등으로 인해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출자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PEF 운용사들은 이번 국민연금의 출자 사업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인 만큼, 대형 PEF 운용사들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출자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IMM그룹은 IMM프라이빗에쿼티(PE),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펀딩에 나서고 있다. 글랜우드PE의 글랜우드크레딧, VIG파트너스의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 어펄마캐피탈의 어펄마크레딧솔루션즈코리아(어펄마CS) 등도 대표적인 ‘한 지붕 두 가족’ 운용사들이다.

중복 지원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 되자 업계 불만을 의식한 국민연금은 PEF 운용사가 별도 법인으로 콘테스트에 참여할 때 ‘차이니스 월(Chinese Wall)’을 중요한 요소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사 내에서의 정보 교류를 차단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그룹의 계열사들이 출자 사업에 동시에 지원하면 평가를 더욱 깐깐하게 해야 한다”며 “두 운용사가 모두 출자를 받게 되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한 집안인 운용사들이 자의적으로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PEF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펀드레이징 뿐만 아니라 투자를 할 때도 한 그룹의 운용사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자체적으로 이해관계를 차단하라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연기금과 공제회 출자 사업에서만큼은 중복 지원 자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상승 속에 펀딩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그룹사들이 중복 지원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부분 그룹사의 펀드 결성 시한이 다가오거나, 직전 펀드를 소진하고 새 펀드를 결성해야 하는 시기다. 출자자를 가려 받을 처지는 아닌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전까지는 대형 하우스의 크레딧 펀드 자회사가 중소형 리그에 참여하면서 ‘상도의’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형 하우스의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펀딩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려 시기를 조절해 번갈아 지원했다”며 “그러나 MBK와 한앤코가 국내 펀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대형 하우스들도 출자금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동시 지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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