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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홍석의 시선고정]‘천지개벽(天地開闢)’ 한다던 뉴홍콩시티, 결국 ‘천지폐벽(天地閉闢)’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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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의 영종·강화 중심 글로벌 미래 공약 2년 만에 ‘물거품’

2년 전 지방선거 때 부터 실현 가능성 없는 헛공약으로 비판 받아

시 산하에 비대한 조직 만들어 행정력·예산 낭비… 36억 넘게 편성

글로벌도시국, 인천경제청과 중복 업무이기도

헤럴드경제

지난해 3월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중앙〉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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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의 민선8기 핵심 공약 1호였던 ‘뉴홍콩시티’ 프로젝트가 결국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으로 결론을 내리고 인천광역시 스스로가 폐기를 선언했다. 한마디로 ‘공약 파기’다.

유정복 시장은 2년 전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시절 때 부터 뉴홍콩시티를 ‘상전벽해(桑田碧海)’, ‘천지개벽(天地開闢)’ 등으로 표현하며 영종과 강화에 세상이 바뀔만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있게 강조했다.

이에 영종과 강화 주민들은 유 시장의 뉴홍콩시티 핵심 공약에 쏠깃했다. 여기에 발전이 멈춘 중구·동구 원도심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까지 더 해 유 시장은 이들 핵심 공약에 힘입어 민선8기 인천시장으로 당선됐다.

뉴홍콩시티 건설 구상, 유정복 시장 자서전에 등장

뉴홍콩시티는 유 시장의 자서전인 ‘www.유정복.com’에도 나와 있다.(2022년 12월 발행)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중심도시(영종·강화 중심)로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그랜드 비전 뉴홍콩시티를 건설해야 한다’고 자서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유 시장의 자서전에 나와 있는 뉴홍콩시티 건설 구상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홍콩이 중국의 국가보안법 시행과 지난 2년 간(자서전 발행 기준 2022년 12월)의 혼돈 끝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떠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 있는 9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들은 더 이상 사업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잇달아 싱가포르 등으로 떠나고 있다.

이에 인천은 선제적 대응으로 홍콩을 탈출하는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 국제기구, 금융 및 물류 등의 홍콩 기능을 인천으로 유치(이전) 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홍콩을 떠나는 다국적 기업들은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지 않고 인천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뉴홍콩시티를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홍콩 기업인들이 비지니스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공간(주거, 오피스텔, 호텔, 상업, 첨단산업공장 등)을 창출하는 것이 뉴홍콩시티의 기본 구상이다. 우리나라가 다국적 국가가 됐듯이 빠른 시일 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라고 수록돼 있다.

‘허무맹랑한 공약’, ‘실현 가능성 없는 헛공약’ 비난 받아

그러나 ‘인천을 뉴홍콩시티로 만들겠다’는 유 시장의 공약은 시장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로부터 ‘허무맹랑한 공약’, ‘실현 가능성 없는 헛공약’이라는 비판과 함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는 “유 후보는 홍콩을 떠나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을 인천에서 받자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며 “유 시장 재임 때 추진된 검단스마트시티, 영종미단시티 등의 사업이 모두 실패했는데 어떻게 뉴홍콩시티 사업을 할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인천을 ‘상전벽해’도 모자라 ‘천지개벽’ 하게 뉴홍콩시티를 만들겠다고 주장했지만 천지개벽하게 할 사업인데도 구체적 사업비와 기간도 전혀 밝히지 못했다. 당선 되면 TF팀을 꾸려 구체적 방안을 협의해 이행하겠다고만 주장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자서전, 많은 인터뷰, 출마선언식, 공약으로 밝힌 뉴홍콩시티 건설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수개월째 천지개벽만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27년의 정치구력이 아깝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천지개벽이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최대 교역국 중국을 자극해 무역전과 외교전까지 일어 날 수 있다”면서 “뉴홍콩시티 사업 계획과 재원마련 방안 등을 선거 이전까지 인천시민에게 공개해야 하지 않으면 유 후보는 ‘새빨간 거짓말’로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학재 국민의힘 시장 예비후보도 “영종과 강화를 홍콩과 같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뉴홍콩시티 건설 공약은 글로벌 금융자본의 홍콩 탈출, 즉 핵시트론 근거로 한 것인데 철지난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콩에 거점을 둔 금융자본들은 중국어 문화권인 싱가포르로 이동된 지 오래됐다”며 “따라서 홍콩 금융기관들을 유치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넌센스”라고 말했다.

공약 이행 위해 글로벌도시국 만들어… 행정력·예산만 낭비

유 시장은 이들 비판 여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뉴홍콩시티 공약에 힘입어 마침내 민선8기 인천시장으로 당선됐다. 유 시장은 취임 이후 인천시 조례를 바꿔가며 뉴홍콩시티 공약 이행을 위해 인천시 산하 조직에 글로벌도시국을 만들어 22명의 뉴홍콩시티 전담반을 구성했다.

이와 관련해 주변에서는 인천시의 뉴홍콩시티 업무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업무와 중복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행정력·인력·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2년 만에 뉴홍콩시티 공약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황효진 인천시 글로벌도시정무부시장이 지난 15일 취임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약 폐기를 공식화 했다. 이를 대신해 ‘뉴홍콩시티’를 ‘글로벌톱텐시티’로 변경하고 구체적인 비전 제시는 5월 초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인천시는 뉴홍콩시티 관련 예산으로 2023년 25억원, 2024년 11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이 중 뉴홍콩시티 관련 홍보 및 행사성 예산만 ▷2023년 2억4000만원(홍보추진 5000만원, 민·관추진협의체 발대식 5000만원, 뉴홍콩시티 조성 초청 행사 1억4000만원 등) ▷2024년 1억원(홍보 3000만원, 대시민발표회 3000만원, 민·관추진협의체 4000만원 등)으로 지난 2년 동안 3억4000만원을 사용했다.

또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예산으로 2023년에 15억원이 편성됐다. 용역 결과는 ‘뉴홍콩시티’ 폐기라는 황당한 유 시장의 날림공약으로 마무리됐다. 따라서 지난 2년 간 인천시의 행정력과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하게 됐다.

애초 홍콩 다국적 기업 영종 유치 어렵다고 판단… 그러나 공약 주장에 멈출 수 없어

결론적으로 보면, 유 시장은 인천시장 당선 이후에도 이미 홍콩에서 빠져 나간 다국적 기업들이 영종에 유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근거로, 홍콩 기업 유치에 대한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과 국제학교 유치에 임하는 자세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유 시장은 뉴홍콩시티를 핵심 공약으로 주장해 온 터라 주민들 표를 가지고 기망했다는 오명을 받기 싫어서라도 당선 이후에도 멈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 공약 이행을 위한 조직은 비대하게 꾸렸으나 영종에 뉴홍콩시티 건설은 커녕 지난 2년 동안 홍콩 기업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교육인프라(국제학교)는 국제도시 조성에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수년째 영종 주민들과 인천경제청의 대립으로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 시장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왔다.

이처럼 유시장의 영종 국제학교 유치에 임하는 모습이나 홍콩기업 유치실적이 전무한 것만 봐도 뉴홍콩시티 공약은 허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5월 발표 예정인 ‘글로벌톱텐시티’ 마스터플랜은 과연 어떻게 짜여 있을지,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인지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으로 시민들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인 ‘글로벌톱텐시티’ 건설도 뉴홍콩시티와 마찬가지로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인지 우려스러운 가운데 뉴홍콩시티 처럼 ‘천지폐벽(天地閉闢)’이 아닌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될지 기대해 본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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