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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집커피 담아 출근, 점심은 구내식당… 직장인 고물가에 ‘짠물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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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경제 3고 위기]

신한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식비-교통비-공과금 등 필수생활비… 고물가 탓에 전체 소비의 절반 차지

소득 4.4% 오를때 소비는 5.7% ‘쑥’… 직장인 70% “점심값 아끼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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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모 씨(20)는 최근 자취방 근처에 있는 대기업슈퍼마켓(SSM) 대신 도보 30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를 주로 찾기 시작했다. 채소나 과일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다. 이번 달부터는 용돈도 10만 원씩 더 받고 있다. 김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은 아무리 세일을 해도 비싼 편”이라며 “특히 과일을 살 때는 멀리 있는 대형마트도 ‘마감 세일’ 중이 아니면 찾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물가 부담에 식후 필수 소비로 자리 잡은 커피를 줄이는 사람들도 늘었다. 직장인 김모 씨(29)는 커피를 사서 마시는 대신 집에서 내려 텀블러에 담아 출근하고 있다. 대학생 류모 씨(25)는 “커피 한 잔당 100∼200원을 아끼려고 기프티콘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지출이 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가계의 부채 규모는 조사 이후 처음으로 줄었지만 저소득층의 빚 부담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 고물가에 지출 큰 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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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544만 원으로 2022년(521만 원) 대비 4.4% 올랐다. 지난해 10∼11월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가구 총소득은 3년 연속 올랐지만 고물가 탓에 소득보다 소비 증가율이 더 높았다. 월평균 소비액은 1년 새 261만 원에서 276만 원으로 5.7% 올랐다. 특히 소비에서 비중이 가장 큰 식비 지출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식비(64만 원)는 전년(58만 원)보다 6만 원 늘면서 60만 원 선을 넘어섰다. 식비와 교통·통신비, 월세·관리비·공과금 등 기본 생활비(139만 원)가 전체 소비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고물가로 인해 식비, 주거비 등 필수 지출을 하고 나면 여윳돈이 얼마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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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부담이 커지면서 지출을 줄이거나 부가 수입을 벌려고 나서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2500명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한 결과 68.6%가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도시락을 싸거나 구내식당 등을 이용해 점심값을 평균 1만 원에서 6000원 수준으로 낮췄다.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N잡러’ 10명 중 6명은 생활비, 노후 대비 등 경제적 이유로 부업을 하고 있었다.

● 고소득층 빚부담 줄고 저소득층은 늘어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자 부채는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가구 부채 보유율은 64.8%로 1년 전(66.8%)보다 2.0%포인트 줄었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도 1억973만 원에서 1억201만 원으로 7.0% 감소했다. 평균 부채 잔액이 감소한 것은 2016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1구간(소득 하위 20%)과 2구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경우 고금리에도 오히려 빚이 늘었다. 부채를 보유한 1구간 가구의 지난해 평균 부채 잔액은 2022년보다 11.0% 늘어난 5198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구간(8137만 원) 역시 부채 잔액이 3.1% 늘었다. 1구간과 2구간 가구는 월 부채 상환액도 1년 사이 각각 45.9%, 30.5% 오르는 등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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