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그 영화 어때] ‘범죄도시’ 마동석이 ‘모범택시’를 탄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58번째 레터는 24일 개봉하는 ‘범죄도시4′입니다. 1·2·3편 누적 관객 무려 3025만. 마블도 부럽지 않은 한국형 히어로물이죠.

“‘범죄도시’ 마석도(마동석) vs ‘모범택시’ 김도기(이제훈)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인터넷에 올라온 이 질문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당연히 마석도 아니야?””마석도 펀치 한 방에 날아갈 듯” 대다수는 마석도 편이었으나, 김도기의 맷집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싸우지 말고 둘이 공조해서 “빌런들 참교육 좀 시켜달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둘의 공조를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영화 ‘범죄도시’와 인기 드라마 ‘모범택시’의 세계관은 비슷합니다. ‘범죄도시’ 마석도는 공권력으로, ‘모범택시’의 김도기는 복수를 대행하며 악을 통쾌하게 응징하죠.

조선일보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4′에는 ‘모범택시’를 쓴 오상호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밖에서 세계관이 통합된 게 흥미롭더라고요. 오상호 작가가 본 ‘범죄도시’의 유니버스는 어땠는지, 오늘은 특별히 인터뷰를 전해 드립니다. ‘범죄도시4′를 보러 가기 전에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4편에선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불법 조직을 소탕한다. 온라인 도박 범죄를 다룬 이유가 있나.

“마석도가 아날로그 캐릭터지 않나. 수사 방식도 아날로그 그 자체고. 이런 마석도가 디지털 수사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드라마와 달리 배우와 같이 시나리오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특별했을 것 같다. 마동석과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시놉시스를 주고받으면서 밑그림을 공유하고 나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마동석 배우가) 굉장히 치밀하게 보고 마석도나 빌런이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줬다. 수정해서 시나리오를 넘긴 뒤에는 마동석 배우가 ‘혼자야?’’어, 아직 싱글이야’ 스타일의 유머를 넣어서 각색을 했다.”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범죄도시’만의 차별점이 있었나.

“마동석이라는 기획자다. ‘범죄도시’의 성공을 보고 제작에 뛰어드는 배우들이 늘었는데,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다. 배우 마동석만 보지 말고, 기획자 마동석을 봐야 한다. 마동석은 기획자로서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량이 있기 때문에 배우와 기획 개발을 겸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기획 방향이나 수정할 포인트를 짚어주는 데 굉장히 명확하고 유효했다. 의견이 엇갈리거나 시행착오가 생길 만한 부분이 없었다. 덕분에 다른 데선 2년 가까이 걸리던 작업이 4개월 만에 끝났다. 그만큼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범죄도시’ 이후로 악을 폭력으로 응징하는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고, 기시감이 든다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범죄도시가 롱런하는 이유가 있을까.

“비슷한 장르물이 많이 나오지만, ‘범죄도시’와 똑같은 건 없다. ‘범죄도시’는 수사물이지만 수사를 하지 않고, 형사물이지만 형사물의 루틴을 벗어난다.”

–수사를 안 한다니?

“형사물에 으레 나오는 장면들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잠복을 하는 장면이라면 ‘범죄도시’에선 잠복하다가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보기엔 수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사의 a,b,c를 빼버린다. 그걸 다 뺴버려도 통하는 게 범죄도시 고유의 세계관이다. 그러다 보니 호흡이 굉장히 빠르다.”

–그래서 개연성이 부족하다, 판타지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리얼리티를 조금 빼버리더라도 그게 ‘범죄도시’의 기획 방향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답답함을 바로바로 해결해주는 시원함, 범죄자가 잡혔는데도 해결되는 게 없는 현실의 막막함을 한 번에 쓸어버리는 쾌감이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범죄자를 때려잡는 주인공 김도기.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악당을 힘으로 응징하는 마석도나, ‘모범택시’의 김도기 같은 다크 히어로가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범죄도시와 모범택시의 세계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 가공의 세계관에선 현실에서 풀지 못했던 것들을 완전무결하게 해결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모범택시’에서도 시청자들은 도기가 빌런에게 당하거나 고난에 처하기보단, 시원하게 한 방에 밀어버리길 바라지 않나. 그런 점이 범죄도시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인지 말이 굉장히 잘 통했다.”

오 작가는 “‘범죄도시’나 ‘모범택시’가 식상해지는 때가 온다면, 현실의 답답함이 해결되기 시작한 게 아닐까. 아마 그때까진 범죄도시도, 모범택시도 계속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범죄도시4′에 대한 영화팀의 자세한 리뷰는 이 기사에 담았습니다. 그럼 저는 또 다른 영화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렵해진 액션·유머 vs 자기복제 한계… ‘범죄도시4’ 두 시선

그 영화 어때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6

[백수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