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故박보람 사망까지도…돈벌이 혈안 ‘유튜브 가짜뉴스’ 판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근 故박보람 관련 콘텐츠 논란

조회수 노린 자극적 영상 쏟아져

허위 사실 무분별하게 유포도

형사처벌돼도 수익 몰수 ‘미미’

가해자 신원 확인 어려운 경우도

“위자료 등 피해자 보상 강화

플랫폼 차원 자정 노력 시급”

최근 가수 박보람 등의 유명인 사망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유튜버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수사가 쉽지 않고 유튜버를 찾아내더라도 충분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짜뉴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가짜뉴스 온상이 되지 않게 플랫폼 차원의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절반 이상(53%)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등 46개국의 평균치(3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는 많지만, 정작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은 낮은 편이었다. 한국인의 66%는 온라인 허위정보를 우려했는데 이는 46개국 중 9번째로 높은 수치다.

최근 박보람의 사망을 둘러싼 허위정보가 유튜브에 여럿 노출된 것도 이런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보람은 지난 11일 경기 남양주 소재 한 지인의 집에서 술자리를 갖던 중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박보람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튿날부터 사인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성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한 유튜브 채널은 “박보람이 먹은 음식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 강력한 독극물이 존재했다”며 “경찰이 해당 음식을 제공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경찰은 관련 내용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도 않았다. “박보람의 유서가 발견됐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영상도 여럿 올라왔다.

유튜버들이 유명인에 대한 자극적인 영상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건 높은 조회수를 이용해 수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설령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처벌되더라도 수익을 몰수·추징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유튜버가 가짜뉴스로 얻은 수익을 몰수·추징하려면 그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업무방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언론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가짜뉴스로 피해를 보더라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수익을 몰수하려고 해도 유튜버의 광고수익·후원금 등에서 가짜뉴스로 얻은 수익을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수익을 몰수하기 어렵다면 손해배상액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주는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다만 지나친 손해배상 제도는 언론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1년에도 언론의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발의돼 큰 논란이 됐고 논의 끝에 폐기된 바 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법적 제재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판단하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사진=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로 인한 손해를 입증·계산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의 경우 위자료가 낮은 편”이라며 “법원에서도 위자료 증액 문제를 논의해왔는데 재판에서 관련 논의가 적용돼 판결이 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처벌이 중심이 된 법 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내법으로 미국 등 해외에 있는 기업을 규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국내 기업만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협력을 전제하지 않고 강제성이 담긴 법적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양질의 뉴스를 유통하고 자율적으로 규제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